[사설] 미·중·일 군비경쟁 흐름 속 우려되는 ‘힘의 외교’

미국과 중국·일본의 군비경쟁이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엊그제 국방비 예산을 10% 늘리는 내용이 핵심인 첫 예산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18회계연도(2017년 10월~ 2018년 9월) 미국 국방비는 직전 회계연도보다 560억달러(약 61조원) 불어난 6,030억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개입했던 2007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반면 비(非)국방예산은 국방비 증액분만큼 줄었다. 삭감 분야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무부 산하 해외원조 예산이 주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고 한다. 국방부의 위상은 강화되는 대신 국무부의 역할은 축소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협상과 원조에 무게를 뒀던 미국의 외교노선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군사력 중심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미군 재건을 위해 국방비를 역사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며 ‘힘을 통한 외교’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뒤질세라 중국도 국방예산 증가율을 올해 다시 두자릿수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일본 등과의 마찰이 고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 국방예산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일에 공식 발표되는데 만일 지난해 수준인 7.6%의 증가율만 유지해도 사상 최초로 1조위안 돌파가 확실하다. 일본 역시 5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짰다. 지난달 27일 중의원은 역대 최대인 5조1,251억엔의 올해 국방 예산안을 의결했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들의 군비경쟁은 우리에게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강대강(强對强) 외교가 충돌할 경우 한반도 정세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벌써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와 중동지역에 주둔하는 군사력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다. 무력을 앞세운 강대국의 외교기조 변화를 주시하고 유사시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