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자사 간판제품인 ‘꽃게랑’ 후속제품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던 빙그레(005180) 스낵상품개발실 직원들은 회식 자리에서 옆 테이블 일행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다코와사비를 맥주에 곁들여 먹는 모습에서 ‘꽃게랑 고추냉이’ 아이디어를 얻은 것. 꽃게랑 고추냉이는 출시 첫 달 1만 1,000박스가 팔린 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는 꽃게랑 오리지널(3억원)에 버금가는 월 매출 2억원을 달성했디. 지난해 꽃게랑 브랜드 매출은 꽃게랑 고추냉이 선전에 힘입어 지난 2015년 대비 무려 40% 가까이 신장했다. ‘꽃게랑=꽃게 맛’이라는 30년 전통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
과거 제과의 주소비층이었던 어린이들이 중년층으로 성장함에 따라 제과업계가 고정관념을 깬 신제품 출시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트렌드를 반영한 증량 마케팅 등 혁신을 통해 ‘아재(아저씨의 낮춤말)’ 고객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햄버거 등 프랜차이즈 업계도 건강을 강조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햄버거 = 중장년층 먹거리’라는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 제과업계 고위관계자는 “고정관념을 깨야 새로운 시장도 열린다”며 “아재로 대변되는 신소비계층 공략이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햄버거, 이젠 3040 주요 먹거리로 부상=햄버거 하면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10~20대 젊은 소비층의 주요 간식거리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30~40대 중장년층의 먹거리로 부상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맥도날드에 따르면 지난해 매장 방문고객들의 연령별 분포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53%가 만 30~49세로 나타났다. 만 19~29세가 30%로 뒤를 이었고 만 18세 미만은 17%로 조사됐다.
햄버거가 중장년층의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제품과 마케팅이 크게 작용했다. 웰빙 마케팅이 그 중 하나다. 맥도날드의 경우 2007년부터 모든 매장에서 사용하는 튀김유를 트랜스지방이 없는 식물성 튀김유로 전격 교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자사 제품의 트랜스지방은 0, 나트륨은 최대 20% 줄이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중장년층을 겨냥한 제품도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시그니처 버거’다. 이 제품은 프리미엄 앵거스 비프를 사용한 130g의 두툼한 소고기 패티와 브리오슈 번, 히코리 스모크 베이컨, 아보카도 등 기존 버거 체인에서 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리아 역시 지난해 아예 ‘아재(AZ)버거’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수제버거 열풍과 30~40대 남성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한 방편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기타 제품과 달리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금세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저온에서 12시간 발효한 통밀 발효종 효모를 사용했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쳐 생산된 호주 청정우로 만든 빅사이즈 쇠고기 패티를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롯데리아는 이 외에 이탈리아 자연산 치즈를 활용한 ‘모짜렐라 인 더 버거’를 출시했고 동일한 원재료를 활용한 ‘롱 치즈스틱’ 디저트 제품 등 신상품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른 야식용으로 변신하는 과자=1980년 국내 최초 감자칩 스낵인 ‘포테토칩’을 내놓았던 농심(004370)은 감자칩이 이제 어른들의 야식으로 주로 쓰인다는 점에 착안해 2010년 ‘수미칩’, 지난해 8월 ‘감자군것질’을 잇따라 출시하며 감자칩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 함유량을 일반 감자칩보다 15~25%가량 낮췄고 트랜스지방이나 콜레스테롤도 완전히 없앤 것이 특징이다. 수미칩은 현재 월 매출 20억원을 꾸준히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감자칩 업체들이 감자의 상당량을 미국 등에서 수입해 쓰지만 수미칩 등은 국내산 수미감자만 쓰고 있다”며 “진공상태에서 낮은 온도에 튀기다 보니 감자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고 소개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1986년 꽃게랑 출시 당시 7~15세였던 소비자들이 지금 30~40대 중장년층이 됐다”며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신제품 개발, 생산공정 개선, 사업 파트너를 통한 효과적인 영업망 구축 등으로 꽃게랑이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고려해 제과업계의 과대포장 논란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4년 9월부터 제품 포장재를 개선하고 양을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오리온(001800)은 2015년 12월부터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업으로 포장재 인쇄와 접착에 쓰이는 유해 화학물질을 친환경·친인체물질로 대체하는 ‘그린포장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네 번째 작업으로 비스킷 제품의 패키지 크기와 용량을 줄여 가격을 인하하며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