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지난달보다 2.2% 줄었다. 보통 명절 연휴가 있는 달은 소비가 늘어나기 마련인데 올해는 경기 불황 탓에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소매판매는 3개월 연속 내림세인데 이는 세계적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올 1월 감소폭은 지난해 11월 -0.3%, 12월 -0.5%보다 크게 늘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 가전제품 등 내구제(-4.5%) 소비가 특히 안 좋았다. ‘경기도 어려운데 생필품 아닌 소비는 줄인다’ 는 불황형 소비 심리를 잘 보여준다. 화장품 등 비내구제 소비도 1.9%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계속된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 붙은 데다 설 명절 선물 세트도 과거와 달리 저가 선물 비중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 과장은 “다만 지난해 하반기 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은 대규모 할인 행사의 영향으로 자동차, 화장품 등 소비가 좋았던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황에 따른 소비 형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올 1월 음식료품 소비가 경상지수 기준으로 1년 전 1월보다 17.3%가 늘었고 전월 대비로도 15.5%나 뛴 것이다. 어 과장은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산업 생산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지난달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0% 증가했고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햇다. 최근 반도체 슈퍼 호황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달보다 8.8% 늘어나 주요 제조업종 가운데 가장 좋았다. 전자부품도 노트북, 모니터용 LDC 등 수요가 늘면서 6.7%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0.5% 늘었다. 3개월째 견조한 증가세다. 구체적으로 운수업이 3.2% 늘었는데 철도 파업 종료, 해외 여행객 증가 등의 영향이 컸다. 다만 불황 탓에 예술·스포츠·여가(-5.4%), 도소매(-1.3%) 등 분야 생산은 줄었다.
앞으로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상승했다. 통계청은 “소비가 계속 위축되고 있어서 앞으로도 이런 긍정적 흐름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