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카레라스가 2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오는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 ‘마지막 월드 투어-음악과 함께한 인생’을 무대에 오른다. /연합뉴스
“프로로서 47년이나 노래할 수 있었던 것에 늘 감사하고, 저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내한공연을 위해 방한한 호세 카레라스(71)는 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월드 투어는 47년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무대”라며 “나이가 든 만큼 더욱 성숙하고 깊이 있는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호세 카레라스는 플라시도 도밍고(76), 10년 전 작고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3대 전설의 테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총 160장의 음반 발매, 8,500만장에 달하는 음반 판매량 등 그를 수식하는 숫자는 많지만 이번 공연에서 그를 상징하는 숫자는 그의 음악인생 47년이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에서부터 시작한 ‘전설의 테너, 마지막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음악과 함께한 인생(A Life in Music)’. 카레라스가 무대에서 부를 곡들은 하나하나 그의 음악 인생에 영향을 미친 곡들이다. 카레라스는 “뮤지컬 넘버부터 오페라 곡, 나의 고향인 카탈루냐 지역 민요까지 내 음악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과 함께 연주한 곡들도 한국 팬들에게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국내 팬들을 만나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 그는 “한국에 다시 올 수 있다면 오고 싶다”면서도 “2~3년간 이어질 이번 투어는 그동안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거나, 수십 년 전 공연 후 다시 가지 않았던 곳 위주로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퇴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카레라스는 “2~3년 후 월드투어를 끝내면 은퇴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은퇴를 한다고 해서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은퇴 이후에도 백혈병 재단을 위한 자선콘서트를 꾸준히 하고 무대에도 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세계 순회공연으로 열리는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무대에 서기로 한 플라시도 도밍고가 인터뷰 중 했던 말을 인용하며 “‘신께서 나에게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게 해주시는 한 계속 노래하겠다’는 그의 답이 정말 멋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보통 성악가의 은퇴 시기가 60대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레라스와 도밍고 모두 고령에도 이례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호세 카레라스는 1970년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의 상대역으로 발탁돼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 이듬해 베르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오페라 극장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데뷔 4년만에 24개 오페라 주역을 맡았다. 1987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힘겨운 투병생활을 시작, 음악 인생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적인 완치 판정을 받았고 1990년 이탈리아 로마 월드컵을 앞두고 파바로티, 도밍고와 함께 한 ‘쓰리 테너(the Three Tenor)’ 무대를 통해 복귀함과 동시에 세계 무대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이 공연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15년 동안 30번 열렸고 약 20억 명이 공연을 봤다. 전세계적으로 판매된 CD도 2,300만장에 달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