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류 업계 고위관계자는 “이들을 겨냥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위스키 업계의 저도주 전략과 소주 업계의 정통 증류주 출시 등도 한 예”라고 말했다. 주류 업계의 이 같은 변신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나갈지 관심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양주·맥주의 극심한 부진에도 하이트진로(000080)의 참이슬은 단일 브랜드로는 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3·4분기까지 누적매출 7,626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7.8%나 늘어났는데 4·4분기에는 성장률이 이보다 더 증가해 1조원 돌파가 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이트진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숙성원액을 100% 사용한 프리미엄 증류주 ’일품진로’를 앞세워 젊은층과 여성 고객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롯데주류도 지난해 5월 출시한 증류소주 ‘대장부’로 제2의 ‘처음처럼’ 돌풍을 재연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장부는 100% 국산 쌀의 외피를 3번 도정한 속살을 원료로 해 15도 이하 저온에서 발효·숙성을 거친 제품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독특한 맛의 신제품 등이 얼마 전까지 화제를 모았지만 이제는 소주 본연의 맛을 원하는 소비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도 “과일소주와 탄산주 시장이 정체되면서 올해는 기존 증류소주 시장 확대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라며 “대장부를 통한 증류소주 고급화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조니워커 레드레이블 200㎖ 소용량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윈저 브랜드 최초로 17년산을 표기한 35도짜리 스피릿드링크 ‘윈저 W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기존 40도짜리 윈저 제품이 2015년 대비 지난해 23% 이상 감소하면서 저도주 카드를 추가로 꺼낸 셈이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우리들만의 술’이라고 생각하는 주류가 없는 만큼 가정이나 바에서 여러 방법으로 위스키를 음용할 방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 36.5도짜리 국내 최초 저도 위스키인 ‘골든블루’로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업계 2위까지 오른 토종 위스키 기업 골든블루도 혼술족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35도 국내 최초 화이트위스키 ‘팬텀 더 화이트’와 35도 정통 위스키 ‘팬텀 디 오리지널’로 20~30대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40도 이상의 임페리얼 제품군 판매가 지난해 전년 대비 25%나 감소하면서 35도 저도주 신제품 ‘35 바이 임페리얼’을 선보였다. 제품명에 아예 ‘35’라는 숫자를 넣어 35도의 저도주라는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젊은 세대의 감각까지 담으려 노력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주류 역시 지난해 7월 각각 25도·30도짜리 ‘블랙조커 마일드’ ‘블랙조커 클래식’을 출시하며 저도주 대열에 합류했다. 용량도 기존 제품들보다 작은 375㎖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우리 주고객은 2030세대와 혼술·홈술족”이라며 “제품 개발뿐 아니라 가정용 시장을 담당하는 조직의 실무진을 충원하는 등 영업확대에도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