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일 50년 넘게 이어진 대한민국의 성장전략에 질문을 던졌다. 증권사 영업맨에서 출발해 ‘박현주 펀드’ 신화를 쓰더니 1년 전에는 대우증권을 인수하며 업계 1위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만들어낸 그의 물음은 미래에셋이 아닌 한국경제를 향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2년 만에 보낸 e메일에서 대한민국 경제를 돌아보게 하는 일곱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의 첫 질문은 수출에 대한 의구심이다. 박 회장은 수출 위주 전략을 걱정하는 근거로 미국의 쇠락을 지목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는 전례가 없었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발 민족 자본주의의 징후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역사적 교훈으로 보면 미국은 이미 약해지고 있으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명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가 던진 두 번째 질문은 더욱 직설적이다. ‘수출만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소득 창출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그의 생각은 전략뿐만 아니라 전술 면에서도 수출의 역할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말뿐인 4차 산업 전략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전략이 있는가, 그리고 투자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아직은 방향을 찾지 못한 한국의 4차 산업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박 회장은 이어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서 금융의 역할을 물었다. 또 모험투자에 서툰 은행 중심의 한국금융이 과연 올해부터 본격화할 초대형 IB 산업을 일으킬 수 있을지, 재벌 오너가 아니면서 오너 행세를 하는 은행 지배구조 밑에서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탄생할지 부정적인 시각도 질문 중 하나였다.
6개의 질문은 마지막 질문 하나로 수렴했다. 정치·경제가 불확실한데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만들려면 미래에셋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다.
답변은 박 회장 스스로 내놓았다. 우선 수출이 아닌 환경과 관광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연 5,000만 관광객 시대를 상상해본다”고 했고 “사회단체가 이해한다면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를 포함해 스마트 팜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다. 관광과 농업은 수년간 그가 강조한 투자 대상이다.
박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와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에 동참해 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세계 주요 국가에 IB 전문가를 배치하고 트레이딩센터도 미국과 유럽에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조원 이상 영업실적을 낸 국내 기업이 많고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 현금 동원력이 어느 때보다 커서 해외 인수합병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미래에셋도 이들과 함께 직접 투자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분야에서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전문회사를 분사해 관련 자산 규모를 올해 15조원에서 2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임세원·박시진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