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로 예정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후 첫 인수합병(M&A) 작품은 CJ대한통운의 베트남 1위 물류회사 ‘제마뎁’ 인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복귀로 그동안 난항을 겪었던 대한통운의 M&A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여 2020년 27조원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베트남 제마뎁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주주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다음 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큰 틀의 합의는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가격 등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알렸다. 인수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한통운은 올해 제마뎁을 시작으로 글로벌 물류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M&A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 3년간 이 회장의 부재 속에 대규모 M&A는 다소 주춤했다. CJ대한통운은 그간 APL로지스틱스 등의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동남아 공략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물류회사에 대한 M&A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20년 글로벌 톱5를 반드시 달성하고 궁극적으로 세계 1등을 지향해야 한다”며 “3D 산업으로 인식되던 물류에 첨단혁신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산업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물류의 외형성장은 M&A를 통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물류 공룡이 된 페덱스, DHL 등도 수많은 M&A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물류시장 규모는 지난해 연간 약 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전 세계 물류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990년대 물류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던 이 회장은 2011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물류 시장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후 2013년 중국의 중량물 운송 전문 기업인 스마트카고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중국 최대 냉동·냉장 물류업체 룽칭물류를 사들였다. 이들 업체는 각각 CJ스마트카고, CJ로킨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8월에 중국 3대 가전업체 TCL그룹의 물류자회사 스피덱스의 지분 절반을 810억원에 인수해 CJ스피덱스를 세웠다.
동남아시아에서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의 종합물류기업 센추리 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기존 말레이시아 현지법인의 점유율과 합하면 현지 물류 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동남아시아 1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자다그룹과 한국발 전자상거래(역직구) 상품에 대한 국제특송 계약도 맺었다. 12월에는 필리핀 기업과 합작법인 ‘CJ트랜스내셔널 필리핀’을 설립하며 현지 택배시장에 진출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복귀로 큰 규모의 M&A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 회장의 글로벌 물류회사 드림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