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총·한노총 올해 임금案 현실성 제대로 따져보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300인 이상 사업장에 취업한 대졸 정규직은 첫해 4,350만원을 받아 300인 미만 사업장의 2,490만원에 비해 75%나 연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중소기업 신입사원의 초임 격차가 2015년에 비해 되레 317만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간 수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노동시장의 임금격차가 오히려 심화됐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경총이 올해 회원사들에 대졸 초임의 임금을 낮춰 그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거나 취약계층의 근로조건을 개선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절박함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의 임금을 대폭 올리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정규직이 주도하는 한국노총은 올해 임금을 7.6%나 올려달라면서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정규직과 똑같이 25만7,860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좁히겠다면서도 자신들은 고임금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고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요구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임금협상은 대선정국을 맞아 어느 때보다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한국노총은 지지후보를 고르겠다며 대선주자 줄 세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차별 없는 노동시장을 대선정책으로 제시했지만 비정규직 감축이나 공공일자리 확대처럼 공허하고 비현실적인 내용 일색이다. 노동계도 더 이상 맹목적인 임금 인상률에 매달릴 게 아니라 유럽이나 일본처럼 근로자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재교육 등에 뛰어들어야 한다. 노동계든 경영계든 기득권만 고집한다면 한국 경제의 해묵은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해소되기 어렵다. 제 욕심에만 함몰돼 있다가 자칫 4차 산업혁명의 격류에 휩쓸려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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