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허접한 여자(최순실)한테 나라의 인사와 정책 방향을 물어본 지도자입니다. 정치적으로는 탄핵을 당해도 싸다는 얘기입니다.”
위기에 내몰린 보수 진영의 구원투수로 주목받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3일 오전 여의도 경남도청 서울본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헌법재판소에서 혹시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더라도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 탄핵으로 식물 지도자가 된 만큼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나라의 혼란을 서둘러 수습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홍 지사는 정치적 탄핵과 사법적 탄핵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태도로 결정을 내려줄 것을 헌재에 당부했다. 그는 “헌재에서 진행되는 심판 절차를 보면 경박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면 과연 모든 국민들이 납득을 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이 오히려 새로운 혼란의 출발이 될까봐 걱정스럽다”며 “헌재가 탄핵 심판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는 이날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류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예의 거침없고 속 시원한 말투로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털어놓았다. 특히 야권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조성된 정국 흐름을 거론하자 단호한 표정으로 “평면적이고 1차원적인 분석”이라고 반박했다. 홍 지사는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 교체’ 프레임이 그대로 작동할지 아니면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올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나 안희정 지사가 당선되면 ‘노무현 정부 2기’에 불과하다. 그걸 어떻게 정권 교체라고 부를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홍 지사가 바른정당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에 남아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홍 지사는 지난달 28일에 이어 다음주에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다시 만나 대권 플랜을 논의하기로 했다. 홍 지사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왔다”며 “TK(대구경북)의 성골은 아니라도 진골은 충분히 된다”며 보수 적통의 후계자가 자신임을 에둘러 피력했다. 이어 “아내는 또 전북 부안 출신이기 때문에 TK와 PK(부산경남), 수도권에 호남까지 모두가 나의 정치 무대다. 지역적으로 참 좋은 조건”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4선을 하면서 거친 상임위만 12개”라며 “천운이 내게 와서 나라를 운영하게 되면 며칠 안 걸려 현안을 다 파악할 수 있다.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가 출범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홍 지사는 당내 경선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평가도 들려줬다. 그는 “30여 년 전 청주에서 초임 검사로 일할 때 1년간 같이 근무한 적이 있다”며 “황 대행은 정의감도 투철하고 검사로서도 탁월했다. 대통령직도 능히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추어올렸다.
홍 지사는 범여권이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결국 재결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혼한 게 아니라 별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단일화든 당 대 당 통합이든 대선 전에 다시 하나의 뿌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자체 핵 무장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홍 지사는 “북한의 ‘핵 공갈’에 당하면서 갖가지 상납을 한 게 20년이 넘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핵 균형을 안보정책의 중심에 놓을 것”이라며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한국의 핵 무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현상·나윤석·류호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