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를 계기로 ‘포스트차이나(Post China)’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면서 제1의 소비시장이라는 경제질서도 깨지고 있다. 자국 기업을 우선하는데다 고비용에 저성장(성장률 6% 미만)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4차 산업혁명도 이 같은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한때는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직접투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투자(FDI) 순유입 규모는 지난 2010년 459억달러에서 2015년 80억달러로 급감했다.
중국은 생산 측면에서 이점이 없다. 지난해 중국 제조업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3.6달러로 브라질(2.7달러), 멕시코(2.1달러)를 크게 앞선다. AI로 인한 생산성 증가도 중국의 장점을 줄이고 있다. 독일 아디다스는 중국 공장을 23년 만에 폐쇄한 뒤 자국에 AI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줄고 있다. 2015년 776억원의 손실을 낸 삼성전자 중국판매법인(SCIC)은 지난해 3·4분기에도 700억원의 적자를 봤다. 화웨이와 하이얼 같은 자국 브랜드의 약진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정보기술(IT)과 로봇·항공·바이오 등을 10대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수준에 진입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도 관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는데 이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은 39%나 급감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생산·소비·R&D의 세계 중심으로 우뚝 섰던 중국을 향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드 사태가 촉발한 현 상황은 되레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가 많다. 두 얼굴의 중국에 대한 환상은 물론 두려움도 깰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 대체시장으로 인도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이란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드 사태가 아니더라도 중국은 이미 끝물”이라며 “국내 제품의 진정한 경쟁력을 되새겨볼 때”라고 강조했다. /김영필·이태규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