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스타즈IR] 현대중공업, 4개사 분할로 순환출자 해소...주가 호재로

중공업·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건설기계·로보틱스로 재탄생
재무구조 개선 등 도움...개별 기업가치 높여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현대중공업이 기업분할을 추진하며 가치 상승을 꾀하고 있다. 사업성이 무관함에도 한데 묶여있던 사업들을 4개 회사로 분할, 개별기업이 전문성을 키우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기존 사업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사로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플랜트·엔진 사업부를,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가칭)은 전기전자 사업을, 현대건설기계(가칭)는 건설장비 사업을, 현대로보틱스(가칭)는 로봇사업(정유 포함)을 맡는 4개의 회사로 각각 새롭게 태어난다. 앞서 서비스와 그린에너지는 지난해 12월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로 각각 법인 설립을 마쳤다.

현대중공업의 분할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들의 찬성 속에 진행됐다. 지난달 27일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된 ‘분할계획서 승인 건’은 이날 회의에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3,945만9,130주 중 약 98%에 해당하는 3,866만7,966주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압도적인 찬성률은 8%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15%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이 찬성했기 때문이다.

당초 임시주총을 앞두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분할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투자자들은 회사 분할로 ‘재무구조 개선 및 순환출자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역시 “사업분할을 통해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강화된다”며 사업분할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분할로 개별기업의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분할은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27일 종가 15만6,500원에서 28일 16만4,500원, 3월 2일 16만 5,500원, 3일 16만 7,500원 등 분할이 결정된 다음날부터 현대중공업 주가는 연일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달성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분할이 완료될 경우 존속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조선 사업의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높은 엔진산업을 기반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투자자들이 분할 후 현대중공업의 미래가치를 높이 평가한 결과로 생각된다”며 “시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만큼, 분할된 각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1등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나가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 과정을 진행했다. 선제적이고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했고,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에는 4년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며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체 중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매출 39조3,173억원, 영업이익 1조6,41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4분기 이후 4분기 내내 흑자를 이어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올해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Aramco), 미국 GE,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 덴마크 만 디젤&터보,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 유럽 종합운송장비 기업인 CNHI 등 글로벌 기업과의 활발한 제휴,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할한 회사의 계획을 살펴보면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가칭)은 미국 에너지 규제 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 아시아 신흥시장 개발에 따른 시장 확대, 중동 유가 회복세 등에 힘입어 시장별 신규 고객을 개발하고 EPC 업체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 현대건설기계(가칭)는 딜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 운용, 지역별 책임제를 통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판매망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회사의 주요 제품인 중대형 굴삭기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속에서도 세계시장점유율 7.2%의 높은 판매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대로보틱스(가칭)는 1월 대구광역시 테크노폴리스 공장으로 이전해 최첨단 스마트 공장으로 운영하며 기존의 연간 4,000대 생산 규모를 2배 수준인 8,000대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유·무상 정비와 부품 교체, 수리, 개조 등의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로 서비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는 태양광 셀, 모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셀과 모듈 제조 역량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 국내외 태양광 기업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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