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이냐 융합이냐...탄핵정국 범여권 어디로

친박 '기각' 당론 채택 요구에
한국당 비박계 탈당 여부 고심
바른정당 낮은 지지도 영향
보수 대통합 목소리도 커져

5일 광주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광주시당·전남도당 창당대회에서 정병국(왼쪽 네번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손을 잡고 환호하고 있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지역구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불모지 호남에까지 시도당을 창당하면서 충북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당을 갖추게 됐다. /광주=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나흘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탄핵 결과에 따라 범여권도 선택의 길 앞에 서게 됐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범여권이 또다시 핵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국회 주변에서 번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되레 위기에 몰린 범여권이 재결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중 핵분열론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에 가시화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비박계를 중심으로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미 전조가 감지되고 있다. 당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탄핵심판을 앞두고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자 비박계 의원들이 반발하는 분위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환골탈태하겠다던 당 지도부를 믿고 잔류를 선택했던 비박계 의원들은 최근 탄핵 반대를 외치는 강성 친박계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비박계 의원들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민심의 추이를 지켜본 뒤 탈당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국당 소속의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가 탈당이 이뤄질 수 있다”며 “탈당 의원의 규모에 따라 여권이 또다시 핵분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탈당한 여당 의원들이 만든 바른정당도 연일 한국당에 대한 맹공을 이어가며 추가 탈당을 촉구하고 있다. 이기재 바른정당 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통해 “탄핵 인용 시 ‘최순실당’이자 ‘도로친박당’인 자유한국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30여명의 한국당 의원들도 더 이상 조롱과 따돌림을 당하지 말고 바른정당에 합류하라”고 탈당을 촉구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친박계로부터 책임 추궁을 당할 우려가 있는 비박계 의원들을 흔들어 한국당의 분열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창당 한 달이 지나도록 5% 안팎을 맴도는 바른정당의 낮은 지지도가 비박계의 여당 탈당을 망설이게 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바른정당에도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만큼 한국당 의원의 이탈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인명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최근 바른정당을 겨냥해 “나갔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점점 우리 당을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범여권 양대 정당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오히려 보수진영의 깃발 아래 대선 전 다시 재결합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다 소속 대선주자들 역시 좀처럼 야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자 대선 전 보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진석 한국당 의원 등 양당의 중도파를 중심으로 보수 통합의 필요성을 주창하고 있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홍준표 경남지사도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전 한국당과 바른정당·늘푸른한국당 등 범여권이 재결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재결합까지는 강경파의 반발과 탈당 이후 쌓여온 앙금 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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