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선한 의지와 나쁜 결과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최근 한 대선후보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정치건 경제건 개개인의 선한 의지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라인홀트 니부어가 쓴 ‘도덕적 인간과 부도덕한 사회(1932)’는 대표적인 사례다. 니부어는 개개인이 도덕적이라도 집단에 소속되면 집단적 이기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권적인 지배계급의 도덕적 태도는 전반적인 자기기만과 위선에 의해 특정된다. 자신의 특수이익을 일반이익 및 보편적 가치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한다”고 꼬집었다.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가 쓴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2012)’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거짓말은 나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착한 사람도 한다. 불편한 진실은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시로 거짓말을 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행동에서 더 쉽게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잘못된 행동이라도 남을 돕는다는 명분, 즉 ‘선한 의지’를 핑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와 정당마다 선한 의지를 앞세운 공약을 양산하고 있다. 취업자 수가 180만명이 넘는 건설산업에서도 그렇다. 이처럼 수많은 유권자가 몰려 있는 건설업계 종사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다. 대개는 건설현장이나 계약관계에서 불리한 처지인 사회적 약자 보호와 안전 확보 같은 명분으로 치장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경험상 과도한 건설 규제는 의도했던 좋은 결과보다 생산성 하락과 글로벌 경쟁력 저하, 불법과 부정부패 확산이라는 더 많은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적 의견은 선한 의지를 내세운 정치권이나 이익집단에 수용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선거철이 바로 그런 때다. 선거공약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에 기반한 것들이 많다. 포퓰리즘은 선한 의지로 포장한 맹목적인 권력의지의 표현이다. 포퓰리즘은 공약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표를 얻는 데 도움되느냐 아니냐가 기준이다. 그런데도 선한 의지로 포장하다 보니 국민들이 속아 넘어갈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일부 중남미 국가들의 사례가 그렇다. 단기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득이 될 것 같지만 결국은 국가 경제의 파탄으로 모두가 더 가난해졌다. 사회적 약자는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결과는 선한 의지만으로 창출되지 않는다. 공약이나 정책은 좀 더 현실적이고 전문적이며 구체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맹목적 권력의지에 기반한 포퓰리즘은 ‘진짜’ 선한 의지가 될 수 없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없다.

올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중대한 선택의 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겠다는 선한 의지만 앞세우는 후보는 부적합하다. 선한 의지는 기본이고 좋은 결과를 창출할 역량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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