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호서대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들. /연합뉴스
“앞으로 당분간은 중국 식당만 가고 중국 친구들하고 함께 다니려고 해요.”(중국 허베이성 출신 건국대 유학 2년 차 이모씨)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6일 서울 주요 대학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것을 우려했다. 아울러 국내 반중(反中)감정이 커져 유학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금모(26)씨는 “중국 정부 입장이 중국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닌데도 주변 한국인들이 중국인을 싸잡아 욕할 때는 두렵기도 하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4학년인 유학생 저우모(23)씨도 “중국 내 학생들은 물론 유학생들도 한국 내 반중감정이 커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며 “사드 관련 기사나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반중 관련 글을 볼 때는 오싹하다”고 전했다.
연세대 중국인학생회 소속인 한 유학생은 “일부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롯데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양국 간 감정이 많이 상해 한국 유학생활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고 전했다.
본지 취재에서 사드 문제로 유학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사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국 유학을 망설이거나 미루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한국 유학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유감”이라며 “집에서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학업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할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어학당에 다니고 있는 강모(25)씨는 “최근 친구가 한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오고 싶은데 사드 문제 때문에 망설여진다고 걱정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인 대상 유학컨설팅 사업을 하는 저우위(26)씨는 “한중 관계 악화가 한국 유학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문의하는 중국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아예 유학을 취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어 유학컨설팅 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현재 한중 관계 악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양국이 냉정함을 되찾고 조만간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중국인학생회 소속 유학생은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한중 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갓 졸업한 한 중국인 학생은 “양국 관계 악화는 친구끼리 다투는 정도의 느낌으로 장기적으로는 결국 해소될 것”이라며 “문제의 근본원인이 북한의 핵실험에 있는데 중국이 북한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11만3,501명)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은 전체의 절반을 크게 웃도는 6만5,386명에 이른다. 건국대는 지난해 중국인 유학생이 1,400명을 웃돌 정도로 많아 학교 인근에 이른바 ‘양꼬치 타운’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학들도 혹시 모를 학내 충돌 등에 대비해 비상이 걸렸다. 건국대 관계자는 “문제가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사태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유학생들의 한국 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사건팀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