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한국머크 본사에서 만난 미하엘 그룬트 대표는 바이오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에 ‘선택과 집중’을 하라며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과 손발을 맞추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속도감(speed)이 한국의 특별한 매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바이오가 미래 먹거리가 된다는 사실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미 알고 있으며 저마다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이 매력이고 싱가포르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치가 많다는 점 등 국가마다 장점이 있지만 한국은 그 모든 것을 속도전을 통해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 결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이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결국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앞서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독일에 본사를 둔 머크는 350년 역사의 과학기술 선도 기업이다. 세계 66개국에서 5만 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주력 사업은 △기능성 소재 △생명과학 △헬스케어 등 세 가지 분야다. 특히 생명과학과 바이오 분야에 진출한 것은 1998년부터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는 양쪽 모두에서 글로벌 1~3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룬트 대표는 “시그마알드리치 인수가 전환점이 됐는데 인수 후 우리가 다루는 품목이 30만 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지역 거점도 갖추게 됐다”며 “바이오·생명공학과 관련해 최초 연구부터 중간 개발, 마지막 양산에 이르는 전 단계를 아우를 수 있는 회사는 ‘머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룬트 대표는 “문을 열자마자 풀가동에 들어갈 정도로 문의가 활발하며 수개월 뒤까지 예약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엠랩의 성공에 이어 송도에 물류·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다. 그는 “시약·배지 등을 고객사들에 제때, 차질없이, 최상의 상태로 공급해주려면 가까운 곳에 물류·생산 시설이 있는 것이 좋다”며 “투자 속도는 한국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물류 센터만큼은 올해 내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로 가꾸는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머크는 1년 여 전 세계 5만 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업무 동기 부여에 대한 설문조사를 마쳤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 환경을 개편하고 있다. 노란색·파란색 등 경쾌한 컬러로 사옥을 단장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일환이다. 그룬트 대표는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를 가로막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한편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게 머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