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에 4년 전 ‘타이중 참사’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첫 출전인 이스라엘에 안방에서 덜미를 잡히면서 당장 2라운드 진출을 걱정하는 처지에 몰렸다. 직전 대회인 2013 WBC에서도 첫판에 당시 약체였던 네덜란드에 0대5로 완패한 끝에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을 떠안았던 대표팀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스라엘과의 2017 WBC 1라운드 개막전에서 연장 10회 끝에 1대2로 졌다. 8명의 투수가 볼넷을 9개나 내주며 제구력 난조에 시달렸고 타자들도 9개의 잔루와 2개의 병살타가 말해주듯 지독한 결정력 부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네덜란드·대만과의 경기가 남아 있지만 메이저리거가 넘쳐나는 네덜란드는 내심 우승까지 노리는 A조 최강팀이다. 대만은 최약체라고는 하지만 상위 두 팀만 도쿄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어 대만전을 이겨도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7일 오후6시30분에 열리는 네덜란드전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타선은 이스라엘 선발 제이슨 마르키스를 공략하지 못해 끌려갔다. 마르키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이나 올렸지만 지난해부터는 마이너리그에도 자리를 잡지 못한 39세 노장이다. 마르키스는 그러나 노련한 피칭으로 3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반면 한국 대표팀 에이스 장원준은 4이닝을 던졌지만 2회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다. 선발투수의 투구 수가 65개로 제한된 WBC에서 불펜이 막강한 한국은 이스라엘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마르키스 이후 5명이 ‘깜짝’ 무실점 릴레이를 펼쳤다. 한국은 1대1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1·3루 위기에서 상대 번트 실패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임창용이 2사 1·3루에서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줬다. 앞서 1사 후 임창용이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스라엘은 엔트리 28명 가운데 1명만 이스라엘 출생이고 27명은 미국에서 태어난 선수들이다. WBC는 많은 나라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본인뿐 아니라 부모·조부모의 국적과 혈통 가운데 하나를 자율적으로 택해 그 나라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게 한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즐비하고 메이저리거 출신도 일부 포함된 이스라엘은 이 때문에 1라운드의 복병으로 꼽혀왔다. 마이너리거들의 기량은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이스라엘의 전력은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렇다 해도 이스라엘은 이번 WBC가 첫 출전이고 한국은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의 성적을 낸 전통의 WBC 강호다. 이겼어야 할 경기를 내준 한국은 잠수함투수 우규민을 네덜란드전 선발로 내세운다. 네덜란드는 2013년부터 2년간 삼성에서 활약한 강속구 투수 릭 밴덴헐크를 선발 마운드에 세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