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넥스트 차이나’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에 자본과 인력을 더 투입하는 한편 인도와 중동 지역 등에도 새롭게 진출해 이번 기회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롯데마트 진출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확대해왔지만 이번 사드 사태로 무게중심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백화점 1개, 롯데쇼핑(023530) 애비뉴 1개, 롯데마트 46개, 롯데면세점 2개, 롯데리아 30개, 엔제리너스 3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의 롯데마트 매출은 2011년 8,810억원에서 2015년 1조1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4분기 매출은 2,6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60억원보다 3.2%가량 증가했다.
롯데는 인도네시아 성장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두고 롯데 계열사의 신규 투자·출점 및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구상을 마련해놓고 있다. 현재 롯데는 부진했던 중국 사업에 대해 구조조정 및 효율성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마무리되면 넥스트 차이나 전략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 역시 ‘탈중국’ 플랜 마련에 들어갔다. 갤러리아면세점은 동남아와 중동 여행 페어에 참가해 두바이·말레이시아 등 주요 관광객 유치 국가들의 현지 에이전트들과 계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중동 무슬림 여행사들과 송객 계약을 완료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SC은행·에어아시아그룹과 손잡고 말레이시아·태국·대만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으며 올해도 아시아의 다양한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국 의존도를 최소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뷰티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K뷰티의 선두주자인 아모레퍼시픽(090430)도 올해 아세안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올 상반기 이니스프리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아세안 뷰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베트남·싱가포르 등 뷰티 시장 성장률이 높은 아세안 국가를 위주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도 지난달 업계 최초로 태국 시장에 오픈마켓 ‘일레븐스트리트(11street)’를 열고 동남아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중국이 아닌 동남아에서 찾겠다는 복안이다.
식품 기업인 대상(001680)도 소재 시장 활로를 뚫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동남아 전진기지로 삼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 팜오일 생산국인 만큼 이미 2014년 6월 연간 3만5,000톤의 팜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1만1,130㏊(111㎢) 넓이의 농장을 건설한 것은 물론 앞으로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연간 7만5,000톤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편 일본 기업들도 2012년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이후 중국에서 발을 빼기 시작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중국에 생산설비의 85%가 몰려 있는 ‘유니클로’ 생산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 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일본 최대 해운사 미쓰이OSK 역시 내년부터 베트남 하노이 인근 하이퐁 컨테이너 항구를 두 배로 확장하는 사업에 1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심희정·이지윤·박홍용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