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녀와 야수’ 26년 세월 뛰어넘는 CG의 힘, 그보다 더욱 위대한 고전의 힘

감히 상상이나 해봤을까? 애니메이션으로 겨우 표현해냈던 상상력을 다시 실사로 리메이크할 수 있다는 것을? 3월 16일 개봉을 앞둔 빌 콘돈 감독의 ‘미녀와 야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현실로 옮겨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영화사에 하나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빌 콘돈 감독의 ‘미녀와 야수’는 이야기적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 영화는 1991년 디즈니(Disney)에서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미녀와 야수’를 거의 고스란히 CG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로 리메이크를 한 작품이니 말이다.
영화 ‘미녀와 야수’ 엠마 왓슨(벨 역), 댄 스티븐스(야수 역) / 사진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미녀와 야수’는 시작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낸다.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빼곡하게 찬 마을의 모습 위에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그대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벨(엠마 왓슨 분)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이어 ‘미녀와 야수’를 대표하는 명곡 중 하나인 ‘Belle’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빌 콘돈 감독의 ‘미녀와 야수’는 중요한 장면들을 거의 ‘신 바이 신(Scene by Scene)’처럼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그대로 연출해 실사영화 속으로 옮겨온다. 하지만 냉정하게 추억보정을 제외하고 본다면 빌 콘돈 감독의 ‘미녀와 야수’는 기술력의 한계와 2D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표현상 한계로 단조로웠던 장면들을 실사의 질감으로 더욱 풍부하게 완성해낸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개봉한 것은 1991년. 그리고 우리는 불과 26년 만에 애니메이션으로도 겨우겨우 표현해낸 이 상상력을 현실 속에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놀라운 기적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평범한 드라마에도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매트 페인팅 기법이 할리우드에서 사용된 것도 채 30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영화의 CG 기술은 1991년 당시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준까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 결과를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성공시킨 ‘미녀와 야수’를 통해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녀와 야수’가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단지 26년 전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애니메이션 속 표현을 CG로 재현해냈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미녀와 야수’의 진정한 위대함은 디즈니 클래식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고전의 향기를 보여주는 디즈니의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영화 ‘미녀와 야수’ 루크 에반스(개스톤 역), 조시 게드(르 푸 역) / 사진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고전동화인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의 손을 거치며 한층 선명한 이야기로 거듭나게 됐다.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 벨은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단골 레퍼토리인 확고한 자아를 가진 의지적인 여주인공의 표상이 됐고, 낡고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였던 원작동화는 모험과 액션이 넘치는 활극, 그리고 ‘판타지아’를 능가하는 환상이 가득한 판타지로 변신했다. 여기에 디즈니 영화 역사상 최초의 동성애 캐릭터(르 푸, 조시 게드 분)의 등장 등 정치적으로도 한층 급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실사영화화 되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최고의 판타지를 선사했던 ‘Be Our Guest’는 정작 실사영화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 표현력에서 아쉬운 점이 크게 눈에 띈다. 대신 ‘Belle’이나 ‘미녀와 야수’의 타이틀과도 같은 ‘Beauty and the Beast’의 표현은 애니메이션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정도이며, 액션신이나 캐릭터들의 활력 역시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활력이 넘치게 완성됐다.

고전의 위대한 힘 위에 실사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더해 디즈니는 21세기 고전의 새로운 레퍼런스를 완성해냈다. 3월 16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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