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은 피아니스트 존 케이지에게 어떤 감명을 받았길래 평생 스승으로 삼았을까. 여류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에게는 왜 합성수지로 만든 투명 속옷을 선물했을까. 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앞에서 그의 바지가 흘러내렸던 것은 실수였을까, 고의였을까. 이밖에도 알면 재밌고 모르면 손해라는, 백남준을 둘러싼 여러 일화들과 작품 세계가 ‘이작가야’ 안에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예술이란 원래 사라지는 것’이라는 백남준의 생전 말처럼 그는 정말 이 세상을 예술처럼 살다 사라졌다. 동서양의 조화와 융합을 추구했던 그는 과거에 살았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100년 뒤 미래를 내다본 명실상부한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다.
그는 1960년대 플럭서스(Fluxus·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의 중심에서 그의 장난감과도 같던 ‘TV와 비디오’를 이용해 기상천외한 작품과 퍼포먼스를 쏟아냈다. 그가 ‘TV’라는 오브제에 집중했던 것은 전자 미디어가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고찰한 데 따른 것이다. 기술 발전에도 인간이라는 본질과 그 중요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그의 작품들은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는 인공지능(AI)과 첨단 자동화 시대에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