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속도가 붙으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층 노골화하고 있다. 웨이신 등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국 기업과 한국인은 중국을 떠나라’는 노골적인 반한 감정을 토해내는 동영상이 속속 등장하고 베이징에는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선동하는 차량까지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한 불상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과 한국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보복과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글들이 사드 관련 중국 매체 뉴스의 댓글에 도배되다시피 하면서 현지 교민과 기업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사드 체계 일부가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7일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관련 필요 조치를 취해 안보 이익을 지킬 것”이라면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해 “사드 배치 과정을 즉각 중단하고 잘못된 길에서 더 멀리 가면 안 된다는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한국 국방부가 이른 시일 내 사드 체계를 성주기지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내용을 속보로 전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전 사드 시스템 일부가 전날 한국에 도착했으며 성주기지에 배치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보도하며 이르면 4월 안에 배치가 완료될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반한 감정과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부추겨온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홈페이지에 사드 도착을 긴급 타전하고 한국 국방부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사드 배치를 끝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랑망은 중국이 최근 레이더 대응 요격 미사일 ASN-301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 레이더 대응 요격 미사일은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 신호를 추적해 레이더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환구망에 사드 관련 뉴스가 올라오자 중국인들은 “중국을 겨냥해 사드 배치를 시작한 한국의 기업과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떠나야 한다”는 격한 댓글들을 토해냈다.
이 같은 극단적인 내용의 댓글은 보도 내용과 댓글들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중국 당국의 묵인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겉으로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사실상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치졸한 이중 플레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웨이신과 같은 중국 SNS에서도 한국인은 당장 중국에서 꺼지라는 위협적인 발언을 토해내는 중국인들의 동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와 현지 교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 웨이신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한 중국인이 대형 쇼핑몰의 한국 화장품 매장 앞에서 손님을 향해 노골적인 비속어를 섞어 ‘한국인은 꺼져라’고 고함을 치는 모습이 등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반한 감정 조장 동영상과 글들이 실제로 폭력적인 시위로 이어질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중국 SNS에는 중국의 한 쇼핑센터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소주 제품을 쌓아두고 중장비로 뭉개는 과격한 시위가 벌어졌다. 아직 공개적인 반한 시위가 나오지 않은 베이징에서도 ‘사드와 한국 상품을 반대하고 단결해서 중국의 위신을 세우자’는 내용을 담은 차량 광고까지 등장해 베이징 교민 사회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