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차씨는 “미르재단의 모든 프로젝트는 대통령이 하는 일과 관련있었고 이 모든 걸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최씨가 모든 사업을‘발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세운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해서도 “최씨가 미르를 통해 영리사업을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기 위해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씨는 “최씨는 미르재단에서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고 현재까지 재단을 장악하거나 소유한 적 없다고 주장한다”고 검찰측이 신문하자 “지금에 와선 얘기하기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유망한 광고감독인 차씨는 최씨의 측근 고영태씨 소개로 만난 최씨 덕분에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까지 오르며 ‘문화계 황태자’라 불렸다. 하지만 최씨 지시로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를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공판 도중 “나도 국정농단 주범의 하나가 된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차씨는 “최씨뿐 아니라 (미르재단 등을) 계획하고 지시했던 사람들이 ‘모두 다 본인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라며 “정말로 당당하게 한번만 인정하고 (사실을) 이야기하면 그때 (자신이) 했던 일들이 수치스럽지 않을 것 같다”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차씨는 “거기(최씨) 일당이 돼버린 것 너무 수치스럽다”면서 “최씨가 (미르재단과 관련해) 명분 얘기하고 국민에게 용서구해야지 상처가 치유되지, ‘이건 내가 한게 아니다’라고 하면 잘 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씨는 공판 말미에 차씨를 직접 신문하며 미르재단이나 플레이그라운드를 운영하며 개인적 이익을 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플레이그라운드가 미르재단의 일만을 하기 위해 생긴 것은 아니지않냐”면서 “최고의 사람이 모여 유명한 광고업계 회사 만들어서 (사업을) 해보자고 모인 것 아니냐”고 차씨에게 물었다. 최씨는 또 “차씨도 나라 일 하다보니까 도와주고싶은 마음에서 한 거 아니냐”며 “제일 억울한 건 (플레이그라운드에) 전부 차씨 사람이고 내 사람은 없다는 점”이라고도 말했다. 차씨는 최씨의 말을 수긍하면서도 “어쨌든 저도 몰랐던 부분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되면서 스스로 수치스러울 정도로 창피했다”고 답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