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8일 팬 사인회에서 자신의 사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그런 퍼트가 나와주면 좋겠어요. 또 그게 메이저대회였으면 하는 마음도 물론 있죠.”
신기의 퍼트를 앞세워 부상 복귀 2개 대회 만에 우승한 ‘골프여제’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국내 팬들을 만났다. 박인비는 8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에서 진행된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챔피언십을 제패한 박인비는 국내에서 잠깐 머리를 식힌 뒤 12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LPGA 투어는 16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막하는 파운더스컵을 시작으로 미국 본토 일정에 돌입한다.
박인비는 싱가포르 대회 4라운드에서 7m 안팎 거리의 퍼트를 쏙쏙 넣으며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이날 사인회 전 기자들과 만난 그는 “그날은 제 능력의 99%를 발휘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인비는 “매일 그 대회 4라운드처럼 퍼트가 잘될 수는 없겠지만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큰 대회에서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큰 대회’ 중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꼽았다. 박인비는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지난해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마저 목에 걸어 골든슬램을 이뤘다. 굳이 아쉬움을 꼽자면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로 승격한 2013년 이후로 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이다. 박인비는 “많은 분들이 에비앙에서도 우승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저도 메이저 승격 이후 우승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코스가 저와 잘 맞는 편은 아니라서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에 대해서도 “도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말로 한때 제기됐던 은퇴설을 일축했다.
컴퓨터 퍼트의 비결에 대해 “내가 잘 쳐도 홀이 볼을 외면할 때가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아마추어 골퍼들을 위한 조언을 남긴 박인비는 사인회 2시간여 전부터 장사진을 이룬 팬들을 미소로 맞았다. 박인비는 “지난해 하반기에 (손가락 등) 부상으로 공백이 길었기 때문에 ‘다시 예전의 골프를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우승을 통해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즌 자체가 제게는 골프인생의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내 2~3개 대회에 출전해 국내 팬 여러분 앞에서도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약속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