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량은 계속 줄어드는데 직불금만 믿고 쌀농사를 고집하는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쌀에 대한 변동직불금 1조4,900억원을 지급 대상인 68만4,000명에게 지급했다. 지난해 지급금액 7,257억원에서 105% 증가한 규모다. 정부는 2017년 예산 편성에서 변동직불금 9,777억원을 배정했지만 쌀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법정한도(1조4,900억원)를 소진한 셈이다.
이미 지급된 고정직불금을 포함하면 농가에 대한 총 직불금은 역대 최고인 2조3,283억원에 달한다. 이는 농식품부 한 해 예산(14조4,887억원)의 16%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부는 쌀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종합대책을 고려하고 있으나 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매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쌀 직불금은 2005년 처음 도입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2004년 쌀 수매제가 폐지되면서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조치다. 고정직불금은 생산량이나 가격에 상관없이 법정요건을 갖춘 농지를 경작하는 농업인들에게 지급한다. 변동직불금은 쌀 수확기 평균 가격이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지급되는 보조금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농민 표를 의식해 매년 직불금 규모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직불제로 농가의 손해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과잉생산과 쌀값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예산 퍼주기가 농가의 모럴해저드를 키우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쌀값은 한 가마니(80㎏)에 12만9,711원으로 목표치(18만8,000원)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가마니당 고정직불금 1만5,873원에 변동직불금 3만3,499원까지 지급되면 농가는 가마니당 17만9,083원을 챙길 수 있다. 쌀값이 전년(15만659원) 대비 14% 하락했는데도 농가는 직불금 덕분에 목표가격의 95.3%가 보전된 것이다. 직불금 규모는 2012년 6,000억원대에서 4년 만에 2조3,000억원을 넘으면서 4배가량 급증했다.
정부는 조만간 중장기 쌀 수급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작물에 비해 쌀 직불금 체계가 잘돼 있다 보니 농민들이 쌀 재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직불금을 다른 작물로 확대하는 방안 등 중장기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