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앞줄 가운데)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내 배치와 관련해 여야 정쟁이 심해지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을 겨냥해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 측의 무례하고 저급한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도움이 안 되는 이런 사태가 빨리 진정되고 중국이 이성을 찾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절차적 문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방위와 외교통일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의 조속한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전격·기습적 배치는 민주적 절차 위반”이라며 “새 미군기지를 만들면서 비준을 안 받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배치의 정치적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주한미군의 무기 도입은 국회 비준동의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헌법은 국회 동의사항으로 외국 군대 주둔, 선전포고, 파병 등을 열거하고 있다”면서 “무기 배치와 같은 군사작전은 동의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미군의 사드 도입은 헌법이 정한 국회 비준동의사항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 의회가 미군의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던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연방재판소가 의회의 손을 들어준 사례를 근거로 비준동의사항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덕연 연세대 법학전문대 교수)도 있다.
설사 비준동의사항에 해당하더라도 국회가 정부에 비준안 제출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헌재에 ‘동의권 침해’를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인데 현 국회 의석 구조상 쉽지 않다.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상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나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5분의3(180석)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제외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무소속 의원 수는 173명으로 180석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수년간 야권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국회선진화법의 함정에 스스로 빠지는 셈이다.
국회 차원에서 불가능하다면 개별 의원이나 상임위 차원에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헌재에서 ‘각하’될 공산이 크다. 비준동의권은 ‘국회’의 권한이지 ‘국회의원’이나 ‘상임위’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이다(헌법 60조).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사드 배치와 관련해 권한쟁의심판 등 소송 절차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박호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