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닷새 앞둔 이정미(오른쪽)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최종 선고만을 남겨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 8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인용과 기각 혹은 각하 등 재판관들이 내릴 헌법적 판단에 따라 박 대통령은 물론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된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 퇴임한 후 ‘8인 체제’로 진행된 탄핵심판에서 결과를 결정지을 숫자는 ‘3’이다. 탄핵 반대 숫자가 3명 미만이면 인용이 되고, 반대로 3명 이상이면 기각이 된다. 또 8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각하 의견을 내지 않으면 각하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 탄핵 청구를 받아들이는 인용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인용 결정이 나면 즉각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잃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 퇴임 후 대통령이 받던 예우도 모두 사라지고 최소한의 경호만 받게 된다. 특히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는 전제 아래 내려진 탄핵 결정이기 때문에 ‘내란이나 외환죄가 아닌 이상 기소되지 않는다’는 불소추 특권도 사라지면서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관 3명 이상이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내면 탄핵심판은 기각된다.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이럴 경우 대통령으로서 모든 권한이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임기 동안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
재판부는 탄핵심판 결정을 위해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각종 법률 위배 등 5개 탄핵 쟁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중대 과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와 특검과 검찰 수사가 집중됐던 ‘뇌물죄’ 적용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탄핵 유무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절차상 하자 등으로 탄핵 청구 자체가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재판관들이 판단했을 때 나올 각하 결정은 헌재 재판관 정원의 과반인 5명 이상이 각하 의견을 내야 한다. 각하 결정이 나더라도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하고 모든 특권도 유지할 수 있다. 각하 결정이 내려지면 국회가 다시 처음부터 탄핵심판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각하 결정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각하 결정이 나오려면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와 탄핵심판 과정이 헌법을 위배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재판관들이 이를 인정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헌재 재판관 8명 가운데 5명 이상이 각하를 선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청와대 측에서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선고 기일 전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라는 변수가 나올 경우의 수에 대해서도 헌법재판관들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법에는 탄핵심판 도중 하야할 경우에 대한 마땅한 법률이 없어 심판 결과에 대한 논란을 키울 수도 있다. 법학계에서도 ‘탄핵 절차의 실효성을 고려해 심리를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과 ‘상당 부분 탄핵심리가 진행됐고 앞으로의 헌법적 판단을 위해 최종 결론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