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에게 맞춤형 처방을 하기 위해 검사해야 할 유전자의 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8일 학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유전자 패널 검사’ 대상 유전자 수가 적고 표준화 수준이 미흡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NGS 검사로 몇개~수백개의 암·유전질환 관련 유전자에 변이가 생겼는지를 한꺼번에 분석해 진단, 약제선택, 예후예측에 활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NGS 검사대상 필수유전자 수가 너무 적다. 필수유전자는 위·폐·유방암 등 고형암이 14개, 급성 골수성·림프구성 백혈병 등 혈액암별로 3~11개, 유전성 난청·망막색소변성 등 유전질환별로 0~7개다. 선택유전자를 포함해도 레벨1(본인부담 45만~46만원)의 경우 유전질환은 2~30개, 암은 5~50개만 분석하면 된다. 레벨2(본인부담 64만~66만원)는 이보다 유전자 수가 많다.
반면 글로벌 업체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유전자를 검사한다. 세계최대 암 유전자 검사 서비스 회사인 미국의 파운데이션 메디신은 고형암에 대해 62~322개, 유전자 패널개발 및 염기서열분석장비 회사인 서모피셔는 50~409개를 대상으로 변이 여부를 검사해 암 관련 DB와 비교한다.
김태유 한국유전체학회 회장은 “이미 개발된 항암제 표적만 200개나 되는데 정부가 선정한 필수유전자는 전체 암의 20%가량만 커버할 수 있어 맞춤형 정밀의료에 활용하기엔 부족하다”며 “병원마다 선택유전자 구성이 다르면 검사결과 해석의 표준화를 저해하고 데이터베이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도 “유전자 패널에 맞춰 시약을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분석대상 유전자가 50개든, 200개든 재료비 차이는 10만원 이하”라고 지적했다.
검사 결과 추천된 맞춤 항암제 사용에도 제약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폐암 치료제로만 허가한 A 제품이 다른 암 환자인 김모씨에게 추천된 경우가 한 예다. A 제품이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거나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검사 따로, 치료 따로인 셈이다. 김 회장은 “NGS 검사는 폐암·유방암 등 암종에 상관없이 암 관련 유전자를 억제하는 맞춤 항암제를 찾는 것인 만큼 적응증 및 건보 적용상의 규제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유료 NGS 검사를 금지하다 방향을 바꿨지만 이번에 허용한 것 외엔 여전히 유료검사 금지대상이고 유전자분석 기업 등이 의원을 개설하지 않으면 위탁검사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