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새 대북정책 입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팀은 새 대북정책을 놓고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 △북 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대북 제재 강화 등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가안보회의(NSC)의 핵심 멤버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해 “우리는 지금 이성적인 사람을 대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으면서 “어떠한 것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도발 중단 등 선제적 변화를 전제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방안의 경우 국지전을 촉발해 한국과 일본 양국에 주둔하는 미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대북정책 중 군사적 옵션만을 부각하는 언론보도는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미국은 한국에 이어 일본에도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이 대북 제재를 적극 이행하도록 경제·외교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쌓고 있다. 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제재를 강화하는 안도 의회의 강한 요구 속에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을 계기로 지난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2008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미 백악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오는 15~19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해 실질적인 대북 제재 강화 방안을 조율한 후 이를 분석·평가해 이달 말까지 새 대북정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 최종 확정이 미뤄질 여지도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