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캠퍼스]대학가에 부는 ‘脫 강의론'

학생들이 스스로 도전 과제 설계
수행 땐 학점 인정 해주는 학기제
아주대·건국대·한양대 등 도입

‘월요일:밴드 경연 대회 관람, 수요일:인디(독립)게임 경험, 금요일:중고차 시장 방문….’ 방학 계획처럼 보이지만 실제 대학교 학생들의 한 학기 수업 일정이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도권의 대학들이 수요자 중심의 학사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학사 제도를 처음 시도한 곳은 아주대다. 아주대는 지난해 1학기부터 학생이 스스로 도전과제를 설계해 수행하면 3~18학점의 정규 학점을 주는 ‘파란학기제’를 시행했다. 학생은 강의실 밖에서 노인 다큐멘터리를 만들거나 대학밴드 경연대회 기획을 하는 등 도전과제를 설계하고 학점을 받는다.

지난해 1~2학기 파란학기제에는 총 73개팀, 201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파란학기제에 참여해 홍대에서 공연을 기획한 이건웅(22·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씨는 “학교 밖 공연장에서 직접 연출을 하며 피부로 와 닿는 경험들은 정말 컸다”며 “이 경험은 앞으로 기획과 다른 콘텐츠 제작들에 있어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만족했다.


건국대도 올 1학기부터 학생이 8학기 중 한 학기 동안 수업 대신 자기 주도적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드림학기제’를 시행한다. 한양대는 수요자 중심의 학사제도에 더해 학생의 창업까지 돕는 ‘캠퍼스 인턴제’를 올 1학기부터 시작한다. 캠퍼스 인턴제는 강의식 수업을 듣는 대신 학교에서 창업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한 뒤 15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대학들의 수요자 중심 학사제도 바람은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연관이 있다. 지식의 암기는 앞으로 기계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커 인간의 영역인 창의성과 감성이 풍부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대학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황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팀장은 “교수 중심의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지 않다”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대안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대학의 학사운영도 자율화하는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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