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일 변호사가 9일 서울 양천구 법무법인 거산 회의실에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범죄 혐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이희진 피해자 모임
“사람들의 관심이 최순실 국정농단에만 쏠려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9일 서울 양천구 법무법인 거산의 회의실에 모인 ‘이희진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봉준씨는 “이씨의 기만행위에 속아 집과 차를 팔고 보험까지 해지한 피해자가 수두룩하다”며 “일부 피해자들은 자살시도는 물론 엄청난 스트레스로 암까지 걸렸다”고 말했다.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린 이씨는 지난해 9월 자본시장법과 유사수신행위 관련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씨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설립해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주식 1,670억원 어치를 매매한 혐의와 올해 2~8월 원금과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로부터 240억원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성장 전망을 사실과 다르게 알리고 주식을 팔아 150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도 있다.
피해자 모임 측은 주식방송 유료방송 등을 통해 이씨에게 속은 피해자만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피해 규모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소인원도 6차례에 걸쳐 진행된 집단 고소인 205명을 포함해 300여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이 중 94명의 고소를 대리하고 있는 박석일 변호사는 “이씨의 사기행각은 명확하다”며 “엄벌에 처하는 것은 물론 피해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8차례 진행된 재판에서 이씨와 이씨 지지세력이 보인 행태에 이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수억원을 지불하며 대형 로펌 소속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모임 측은 이씨의 변호인단이 대규모 증인 신청을 하며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씨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처벌불원탄원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재판정 내에서 “이씨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발언하는 등 재판 방해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 대표는 “이씨 측이 계속 증인을 신청하면서 피해자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며 “일부 지지자들은 판사의 동정심을 유도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한편으로는 검찰 등 사정당국의 수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3월이나 4월쯤 재판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늦어질 거 같다”며 “검찰이 수사 당시 제1금융권 통장만 압수하는 등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희대의 사기극인 만큼 최소 20년형은 받아야 한다”며 “피해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현재 준비 중이 7차 고소를 포함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