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명품이야"…로고의 부활

럭셔리 브랜드 수석디자이너 로고 트렌디하게 재해석
구찌의 '미켈레' 패션쇼서 선보인 제품 선주문 쏟아져
크리스챤 디올도 CD 교체후 슈즈 슬링백 인기 급상승

구찌 디오니소스 수프림 숄더백


명품 브랜드의 아이콘 ‘로고’가 돌아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로고리스’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새로 바뀐 럭셔리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들이 로고를 트렌디하게 재해석 하는 가운데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구매력 높은 젊은 층이 증가하면서 ‘명품 로고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로고의 부활을 이끈 대표적인 브랜드는 알렉산드로 미켈레 CD(Creative Director)를 내세운 구찌다. 2000년대 톰포드 때 전성기를 앞지를 정도로 폭풍 성장 중이라고 구찌 측은 밝혔다.

실제 구찌의 GG로고가 강조된 마몽백, 실비백, 디오니소스백 등은 연예인이나 ‘패피(패션피플)’들의 ‘잇백(it bag)’으로 떠올랐으며 슈즈 라인은 조기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로고와 원색 컬러를 백·슈즈·의류에 대담하게 표현한 구찌는 ‘미켈레 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며 거품이 빠지며 위축됐던 명품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몇 년 전 니콜라 제스키에르 CD가 오고 나서 벨트나 클러치 등 액세러리를 중심으로 V 싱글 로고를 강조하기 시작한 후 미켈레 효과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컬러가 강렬한 패턴과 큼직한 V 로고가 부각된 핸드백을 앞세웠다. 쥬얼리 라인은 완전히 V 로고로 물들여 루이비통 액세서리 고객이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명품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크리스챤 디올은 올해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CD로 바뀌면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CD(크리스챤 디올)와 DIOR’ 로고를 전면에 내세워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쟈디올 ‘슬링백’


특히 신발 끈에 ‘JADIOR(쟈디올)’이 들어간 쟈디올 슈즈 ‘슬링백’은 없어서 못 팔정도이며 DIOR이란 글씨를 새긴 의류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유의 Y자 갈매기 로고로 유명한 ‘고야드’는 갤러리아백화점과 결별 후 모든 백화점에 입점되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미 ‘생로랑’은 리브랜딩을 통해 Y 로고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 중으로 모든 클러치에 생로랑을 나타내는 큼직한 Y 글자를 달아 놨고, 의류 시장에서는 아크네나 MSGM처럼 로고를 전면에 앞세운 티셔츠가 베스트셀러다.

업계에서는 다시 찾아온 로고 열풍에 대해 새로운 CD의 역할이 지배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뉴 페이스 CD들이 기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재해석한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로고 시대를 새롭게 열고 있다고 모은다. 명품의 주요 큰손인 30~40대에게는 로고 제품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 뿐 아니라 드러나는 것을 선호하는 구매력 높은 20대를 잘 적중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예전에는 고객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뚜렷했던 반면 지금은 디자인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로고가 더욱 부각되는 추세다. 특히 구찌의 경우 새로운 CD가 파격적으로 선보인 ‘퍼 로퍼’가 구찌만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미켈레 기적’의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꼽힌다.

구찌 관계자는 “미켈레의 신상이 나올 때마다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며 “해외에서 패션쇼가 끝나면 곧바로 선주문 프리오더가 들어올 정도”라고 말했다.

루이비통 목걸이


심지어 브랜드의 CD가 누구인지, CD가 바뀌었을 때 대해 브랜드가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높은 한국 소비자들도 급증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트렌드 소식이 빨라져 CD가 바뀐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크리스챤 디올의 CD가 교체됐다는 소식과 함께 잊혀 졌던 디올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슈즈 슬링백이 동이 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아울러 발렌시아가도 뎀나 바잘리아 CD를 올해 새로 맞으면서 ‘스피드러너’ ‘볼캡’과 같은 발렌시아가 드러난 슈즈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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