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계대출 4,600억 더 드러나

1월 가계대출 9,775억 증가
절반이 '숨어있던'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 큰 2금융 빚 더 늘어날 듯

지금까지 가계대출로 분류되지 않던 저축은행 대출 4,600억원이 새로 드러났다. 실제 가계대출이면서 자영업자 대출로 돼 있던 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이 때문에 2금융권 전반의 가계대출 분류 현황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9조2,624억원으로 전달보다 9,775억원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금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사상 최고치였다. 이 때문에 ‘풍선효과’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한은은 이날 오후 문자를 보내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에서 제외됐던 ‘영리 목적의 가계대출’ 증가액(4,692억원)이 올해부터 새로 포함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를 제외한 1월 중 실제 증가액은 5,083억원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한은은 순수 가계대출만 가계신용 통계에 넣는다. 영리성이 있는 것은 기타 대출로 분류해 통계에 넣지 않는다. 문제가 된 4,600억원은 그동안 기타 대출로 돼 있다가 이번에 순수 가계대출로 항목이 변경됐다. 해당 업체에서 대출의 성격을 다시 따진 뒤 순수 가계대출로 바꿨다. 지금까지 가계대출 금액이 과소계상돼 있었던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영리 목적의 가계대출은 자영업자 대출로 볼 수 있다”며 “저축은행중앙회에서 보고를 받아 자료를 만드는데 영농자금 등 기타대출로 분류되던 것이 순수 가계대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다른 저축은행을 비롯해 농업협동조합과 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도 가계대출 분류가 제대로 안 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계부채 금액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은행 통계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현황을 판단하는 기초자료라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에 대해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다”며 “순수 가계대출과 기타 대출 모두 한은에 보고해왔으며 한은이 기타대출을 누락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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