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런던 관청가인 다우닝가에서 예산안 공표를 위해 의회로 출발하기에 앞서 재무장관의 상징이 된 예산안이 담긴 붉은 박스를 들어보이고 있다. /런던=신화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개시를 눈앞에 둔 영국이 올해 성장 전망을 높이고 정부부채를 줄이는 내용의 2017회계연도 예산안을 공표했다. 영국 정부가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의 첫 예산안에서 유럽연합(EU) 탈퇴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며 되레 영국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과실을 돌려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암묵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내년 3월 말로 끝나는 2017~2018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개월 전 1.4%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에 제시했던 2017년도 성장률 전망이 2.2%였던 점을 감안하면 브렉시트의 파장이 제한적이라고 본 것이다.
해먼드 장관은 “EU를 떠남에 따라 더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됐다”며 “경제에 아직 문제가 남아 있지만 실질임금이 매년 오르며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먼드 장관은 사회복지 예산은 향후 3년간 20억파운드 (약 2조8,000억원) 확충되며 인공지능(AI) 분야에도 2억7,000파운드(약 3,800억원)가 새롭게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의 파장을 극복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 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정부 약속과 달리 영국 경제는 아직 구조적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이날 영국 정부도 재정적자가 2018회계연도에 소폭 늘어난 뒤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고 경제성장률은 2021회계연도에야 다시 2%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중기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예산안이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에 대한 불안감을 일부 해소하며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를 선택한 후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