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 느리지만 묵묵하게…거북이 같았던 화가 유영국

유영국 ‘작품(work)’ 캔버스에 유채 105x105cm, 1999년작,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소장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유영국은 거북이 같은 화가였다.


그는 참 느렸다. 첫 개인전이 화단 데뷔 27년째이던 1964년에 열렸다. 일찍이 1948년 해방 직후에 김환기·이중섭·장욱진 등과 더불어 ‘신사실파’를 결성했고 ‘모던아트협회’를 통한 예술운동을 전개하고 1963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도 출품한 유명 작가였지만 개인전은 무척 늦었다. 그 정도로 신중한 인물이었다. 작품이 공감을 얻어 판매되기까지는 더욱 시간이 걸렸다. 예순이던 1975년 5번째 개인전에서 작품이 처음 팔렸다. 스스로 “60세까지는 기초 공부를 좀 하고 그 후 부드럽게 자연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던 그다.

느리지만 묵묵하게 한결같이 산을 그렸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작업하는 규칙적인 화가였던 그는 1977년 발병한 심근경색으로 37번이나 수술을 받는 등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굳건하게 붓을 쥐었다. 절필작이 된 ‘작품’은 1999년의 마지막 붓질을 담고 있다. 오직 그림 뿐인 삶이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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