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車 산업 위기극복, 노사관계 혁신이 답이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한국 자동차 업체의 노사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대립적이다. 공격적 파업은 쉽게 허용되지만 경영진의 대항수단인 대체근로 투입은 불법이다. 임시직 고용, 탄력적 근로시간 같은 생산 유연성 제공도 제한된다. 노조에 우월적인 교섭권은 생산 파행적 파업과 과도한 임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생산성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가 지난 2012년 456만2,000대에서 지난해 422만9,000대로 급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 지위는 인도에 이미 내줬다. 미국·독일·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생존을 위해 노사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임금과 고용의 빅딜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협조관계다. 지난해 말 제너럴모터스(GM)가 재고 조정을 위해 시간제 근로자를 해고하고 공장 가동을 중단해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등 비용절감 조치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다. 어려움을 겪어본 GM의 근로자들은 회사를 먼저 생각한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2% 성장이 예상된다. 근래에 보기 드문 낮은 성장률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퍼펙트스톰 상황이다. 소형차는 중국·인도·멕시코에 바짝 쫓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자국 위주 통상정책은 미국 수출도 어렵게 한다. 러시아·중남미의 침체 국면은 지속되고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30년 된 구형 노사 패러다임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변해야 한다. 균형 잡힌 교섭력과 임금·고용 패키지 협상, 3~4년 단위의 임금협약, 성과형 임금체제, 유연한 고용이 시급하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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