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 넘어 화합으로…국민 힘 못 모으면 안보도 경제도 없다

법치주의 회복 통해 새 대한민국 건설 기회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회질서 유지의 핵심 원칙인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지난 92일 동안 온 국민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던 탄핵심판 사건은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행한 결과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이번 결정은 우리 국민들에게 그동안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줬다. 국내외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 화합 없이는 안보도 경제도 온전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심판 과정을 들여다보면 법 유린 행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헌재 결정문에서도 나타났듯이 박 전 대통령은 권한을 남용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림은 물론 국가 존립근거인 헌법도 지키지 못했다. 대통령에게 보고된 각종 인사 자료와 국무회의 자료 등 공무상 비밀 자료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무더기로 넘어갔고 아무 권한도 없는 최씨가 이를 수정하기도 했다. 대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아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뒤 기업들을 배제한 채 최씨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진상규명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법을 가장 앞장서 지켜야 할 대통령의 위법 사실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단초가 됐다.


탄핵 찬반을 둘러싸고 갈라질 대로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다시 묶을 수 있을까. 국민분열의 단초가 됐던 법치주의의 근간을 다시 세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초래했다면 그 해법도 결국은 법치주의 회복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탄핵 인용과 기각이라는 두 편으로 갈려 충돌과 반목이 이어졌지만 헌재 선고라는 헌정질서의 틀 속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 모두 승복하고 광장에서 나와야 한다. 대통령도 정치인도 일반국민도 법치주의를 다시 세우는 것만이 화해와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물론 이번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대통령선거라는 또 다른 민의표출의 장치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안보와 경제 모두 위기상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 등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경제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치지 못하면 안보도 경제도 거덜 날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대선 국면과 맞물려 또다시 분열양상이 전개될 경우 자칫 국가적 재앙까지 우려된다. 우리 국민들은 헌재가 숱한 논란 속에서도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을 통해 던진 사회통합 메시지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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