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증권 을지로 사옥 소유주인 하나자산운용은 10일 우선협상대상자로 동양자산운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동양자산운용은 중국 안방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의 계열사다. 동양자산운용은 3.3㎡당 2,500만원 초반의 가격을 제시했으며, 현재 임차인인 유안타증권 이전과 상관없이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다만 이 빌딩의 임차인인 유안타증권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어 동양자산운용이 제시한 금액보다 0.5% 높은 가격을 써내면 을지로 사옥은 유안타로 넘아간다. 유안타증권은 2014년 동양증권을 인수해 국내 증권시장에 진출한 대만계 증권사로 서울 도심의 대형 부동산을 두고 범 중국계 자본이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부동산금융 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범중화권 금융기관들이 경쟁을 벌인다는 점은 상징적이며 앞으로 중국 자본의 침투가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차원의 국내 부동산 시장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한 부동산자산운용사 대표는 “중국은 지난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으며, 그간 투자 대상은 대부분 선진국에 몰려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시장을 눈여겨 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안방그룹은 동양생명에 대한 자본 투입도 단행했다. 동양생명은 지난 9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대주주인 중국 안방그룹으로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283억원의 자본을 확충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동양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182.0% 정도였던 RBC(지급여력)비율을 234.5%로 52.5% 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자본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지난 해 11월 유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후속 절차가 지연되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유상증자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던 세간의 의혹 섞인 시선도 떨쳐낼 수 있게 됐다. 대주주인 안방그룹은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동양생명 지분율이 63.0%에서 75.3%로 높아지게 됐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그만큼 대주주의 책임 경영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라며 “앞으로도 필요할 시에는 언제든지 동양생명을 지원하겠다는 게 대주주 측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동양생명은 올해 경영 목표로 전년 대비 5.1% 증가한 7조173억원의 수입보험료와 2,0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제시했다. 또 저축성보험 영업으로 몸집 불리기에 주력했던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보장성 월납초회보험료를 17.2% 늘리는 등 보장성 상품을 중심으로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 1주당 200원의 현금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고병기·정영현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