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직후 청와대 앞 도로가 적막감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11시20분이 조금 넘은 시각 청와대 춘추관의 기자실.
TV 속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라고 하자 TV 앞에 모인 기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결정문의 결론이 파면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
곧이어 이 대행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고 하자 기자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로 황급히 돌아가 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탄핵 인용을 예상했던 기자들도 전원 일치를 넘어 결정문에 박 대통령을 강하게 질책하는 내용이 담길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청와대 참모들이 일하는 비서동에서는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고 전해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내부적으로 4대4 또는 5대3 기각 혹은 각하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전원일치 파면. 무엇보다도 결정문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 등 뼈아픈 표현들로 채워진 데 대해 참모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직후 멀리서 보이는 청와대가 적막감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헌재의 결정이 끝나자 곧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거 절차와 시기·방식 등을 청와대가 내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파면된 대통령이 청와대를 언제까지 비워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것이다.이어 박 전 대통령의 행선지는 삼성동 사저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때 경기도 모처 또는 대구로 간다는 소문, 심지어 임시 거처로 정한 한 종교시설로 간다는 설도 있었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삼성동만이 갈 곳”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부터 각 언론사의 취재 차량은 박 전 대통령 퇴거 행렬을 따라가며 촬영하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고 한 방송은 헬리콥터까지 띄웠다. 이 때문인지 이날 오후3시30분께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동 상황 때문에 오늘(10일)은 이동하지 못한다. 관저에 머물기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왔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날은 어떠한 메시지나 입장 발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된 직후부터 바쁘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권한이 정지된 현직 대통령에서 전직 대통령, 그것도 퇴임이 아니라 파면된 대통령으로 신분이 변했기에 그에 맞은 절차와 형식을 갖춰 퇴거 및 경호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