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칩거냐 정치행보냐

'사저에서 조용히 지낼 것' 전망 우세하지만
野人신세 거부하고 정치 발언·행동 할 수도
차기정권 향배에 자신의 사법적 운명 걸려
물밑에서 보수후보 지원하는 데 총력 가능성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재판소가 자신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린 직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여러 사정으로 당일 출발하지 못했다. 헌재의 선고 장면은 TV로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향후 당분간 사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호 등의 문제로 거처를 옮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대구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대구나 구미행은 정치적으로 의도된 행동으로 오해될 수 있어 쉽게 선택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파면된 대통령 처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행동이나 발언을 할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도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사저 생활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야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정치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측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차기 정권이 어디로 가느냐에 자신의 사법적 운명이 걸려 있다”면서 “자신이 차기 대권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당한 선에서 정치 행보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다”면서 “사법적 결백과 함께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계속해서 호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면한 당장의 사안은 다름 아닌 검찰 수사다.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된 상태여서 이날부터는 전직 공직자 신분, 즉 민간인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거부했던 것처럼 버틸 수는 없다. 다만 검찰이 “대선을 앞둔 시기여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차기 정권 출범 이후로 유보한다”고 선언할 경우 약간의 시간을 벌게 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만약 검찰이 수사 유보를 선언한다면 대선 레이스 기간 박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집권을 물밑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집결시켜 자유한국당 후보를 밀도록 보이지 않게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기 정권의 향배에는 사법 처리 수위, 명예회복 등 자신의 모든 것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박사모’ 등 네트워크를 이용해 한국당 후보를 물밑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박 전 대통령이 비록 파면됐지만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