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광희는 데뷔 초부터 ‘예능돌’로 이름을 알리며 자신이 갈 방향을 일찌감치 정했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위해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예쁘게를 외치는 다른 가수들 사이에서 광희는 ‘성형 커밍아웃’을 하며 날 것 같은 매력을 선보였다. 광희에게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역시 이러한 의외성에 있었다.
/사진=광희 인스타그램
그 이후 ‘세바퀴’, ‘강심장’, ‘스타킹’, ‘우리 결혼했어요’, ‘인기가요’ 등 각종 예능에서 특유의 입담과 붙임성으로 전천후 활약을 보인 광희는 개인으로서는 물론 팀인 제국의 아이들의 이름까지 알리는 소년가장(?)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광희의 색다른 개성은 익숙함이 되었고, ‘정글의 법칙’을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에서 의도치 않게 선보인 민폐형 이미지는 각종 악플을 양산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광희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촌철살인 입담 역시 괜한 오해를 사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에 다소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광희에게 지난 2015년 MBC ‘무한도전’ 합류는 터닝포인트이자 가장 큰 도전이었다. 공정한 투표 과정을 통해 선발되었음에도, 광희라는 예능인의 자질에 대해 시청자들은 물음표를 던졌다. 더구나 그 대상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굳건하게 ‘국민 예능’의 왕좌를 지켜온 ‘무한도전’인 만큼 광희를 향한 잣대는 더욱 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우려처럼, 10년이라는 시간 뿐 아니라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등의 멤버들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고착될 만큼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무한도전’에서 광희는 제대로 얽히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광희 /사진=MBC ‘무한도전’ 영상
멤버끼리 물고 뜯는 분위기에서 고성이 오가다가도, ‘척하면 척’하고 상대의 캐릭터를 살려줄 줄 아는 호흡은 이제 막 합류한 광희가 소화해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뒤따랐고, 언제 치고 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하다보니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당당하고 유쾌함으로 어필했던 광희의 이미지가 어느새 ‘짠내’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하지만 쏟아지는 혹평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무한도전’에 참여했던 광희는 차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냈다. ‘추격전’ 특집마다 남다른 기지와 근성으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는가 하면 웹툰 작가들과 함께 한 특집에서는 발군의 그림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빅뱅의 지드래곤, 태양과 함께 한 팀이 되어 이전에는 보지 못한 가수로서의 카리스마를 발산하기도 했으며, 종잇장 같이 가녀린 몸으로 ‘종이 인형’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몸개그로 빵 터지는 웃음을 유발했다.
시청자들이 광희의 입대에 대해 안타까움을 보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있다. 돌고 돌아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있는데, 광희의 입대로 인해 또 다시 ‘무한도전’이 혼란기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우려였다.
그것은 광희라는 한 개인으로서도 마찬가지다. 확고한 자리를 구축해놓고 간다 해도 제대 후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연예계 현실. 데뷔 이후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좋은 때를 만난 상황에서 군 입대로 인해 흐름이 끊기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구나 광희는 기존 소속사 스타제국과 계약 종료 후, 본부이엔티로 둥지를 옮겼다. 사실상 기존 제국의 아이들은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된 것. 추성훈, 김동현 등이 소속된 회사로 이적한 것도 제대 후 방송과 예능에 집중적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의중이 담겨있다.
새 소속사와 제대로 손발을 맞춰보지 않은 상태에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군복무라는 공백은 분명 광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예능이 6개월~1년 정도의 간격으로 다른 분야보다 빠른 흐름으로 바뀌는 만큼, 과연 돌아왔을 때 광희가 새로운 흐름에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로 남는다.
실제로 예능에서 맹활약하던 다수의 연예인들이 군 제대 후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이전보다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광희는 군 복무 동안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예능의 흐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눈과 귀를 열어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