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시내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터키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사람들이 터키 국기와 대통령 사진을 들고 있다. /이스탄불=AP연합뉴스
오는 15일 총선을 앞두고 반이민 정서가 고조된 네덜란드 정부가 터키 외교장관의 입국을 불허했다. 터키 대통령은 네덜란드의 이번 조처를 두고 ‘나치의 잔재’라며 크게 반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정부는 11일 공공질서와 안전 우려를 이유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이 탑승하는 비행기에 착륙 승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터키당국이 공개적으로 제재를 하겠다고 위협했기에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가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CNN튀르크와 한 인터뷰에서 “오늘 로테르담 (집회)에 간다”면서 “방문이 무산되면 네덜란드를 제재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네덜란드정부는 앞서 차우쇼을루 장관의 로테르담 집회가 예고된 이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차우쇼을루 장관이 로테르담 집회 강행 의지를 보이자 비행기 착륙을 막는 강수로 대응한 것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12일에 스위스 취리히도 방문, 정치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같은 날 이스탄불의 한 행사장에서 “(네덜란드는) 정치도 국제외교도 모른다”고 비난하고, “이런 대응은 나치 잔재이고, 그들은 파시스트”라고도 했다. 총선 유세 중 에르도안의 발언 내용을 들은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터키가 화가 난 것은 이해하겠지만, 나치·파시스트 표현은 도를 넘은, 미친 발언”이라고 응수했다.
이렇듯 터키가 유럽 각국의 공개 반대에도 개헌 지지집회를 강행하는 것은 재외국민들이 행사하는 투표권이 다음 달 대통령중심제 개헌 국민투표의 ‘캐스팅보트’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터키 내 개헌 찬반 여론은 50대 50으로 팽팽하다. 유럽 등에서 체류하고 있는 터키 국민들은 체류국의 반터키 정서와 차별로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여당 정의개발당(AKP)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가 유럽 각국으로부터 자국이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유권자들 사이에 확산시켜 지지율 결집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