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재정경제부 장관./서울경제DB
“이제 기득권에 막혀있던 것을 확 뚫어주고 미래에 대한 주도권을 30~40대의 젊은 리더십에게 물려줘야 합니다.”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의 이사장인 이헌재(사진) 전 경제부총리가 개혁과제를 담은 대담집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메디치미디어 펴냄)를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의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국가’ ‘각종 정책 분야’ ‘리더십’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폈다.
그는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와 대담 형식의 책에서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데 대해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에는 축복”이라며 “이제는 ‘국가의 일에 대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습사회의 위험, 재벌에게 부가 집중되는 위험,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위험이 커지기 전에 곪아 터졌기 때문이란 관점이다.
그는 이제 새 정부가 할 중요한 일로 ‘기득권을 흔드는 일’을 들었다.
“가장 먼저 대기업에게만 유리했던 환경을 깨뜨려야 합니다. 기업 규모가 크다는 자체가 기득권이 되는 구조를 바꿔야합니다. 부당한 갑질, 일감 몰아주기, 편법적인 상속·증여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세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강력하게 저항하겠지요. 그럼에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자신을 ‘개혁적 보수’로 생각하는 이 전 부총리는 진보세력도 국가주의적 사고는 똑같다고 비판했다. 국가가 개입해서 문제라고 성토한 뒤 다시 ‘국가가 해결하라’고 요구한다는 점에서다.
이 전 부총리는 “모든 사회문제에 국가가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면서 국가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새로운 세대에 이제 사회의 주도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득권에 의해 꽉 막혀 있던 것만 확 뚫어주고, 그 빈자리는 새로운 주체들이 와글와글 시끄럽게 떠들면서 다양하고 역동성 있게 채워가도록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정부가 나왔으면 합니다. 만약 윗세대 정치인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내가 길을 열어주는 선구자 역할만 하겠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젊은 리더십이 세워진다면 어떨까요? 국민은 그런 감동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전 부총리가 말하는 ‘젊은 리더십’은 30∼40대가 주축이다. 1990년대 후반 빠르게 변화한 한국사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금의 30∼40대가 미래를 주도하도록 하고 앞 세대는 이들을 도우면서 따라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서문격인 ‘촛불의 열망, 진짜 변화로 이어지려면’이란 글에서 “촛불집회로 타오른 열망과 변화를 목도하며 내게도 열망이 하나 생겼다”면서 “이 촛불이 그저 대통령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데만 쓰이지 않기를,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열망”이라고 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