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6일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17 자립생활 콘퍼런스 ‘Reset! 장애인정책’에서 축사 겸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때 지지율 20%를 가뿐히 넘기며 ‘문재인 대세론’을 막을 수 있는 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이 15% 언저리까지 떨어지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지만 막상 캠프에서는 단순한 ‘조정기’라고 평가한다. 캠프 관계자는 “한자릿수 지지율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며 “지금은 조정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점은 하락세이든 조정기이든 안 지사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협할 만한 당내 대선 주자로 성장한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정치인 안희정’을 있게 한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아 분석해봤다.
■3대 키워드로 본 안희정
①친노 적자(嫡子) 유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안 지사의 인연은 지난 1994년 시작된다. 당시 안 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권유로 노 전 대통령이 이끄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합류했다. 이후 ‘좌희정 우광재’라 불리는 등 2002년 노무현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작 1년 만인 2003년 12월 불법 대선자금 혐의로 1년간 옥살이를 했다. 결심 공판에서 “저를 무겁게 처벌해 승리자라 하더라도 법의 정의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해달라”며 눈물을 쏟은 일화는 유명하다. 불법 정치자금 전과가 있다는 것은 안 지사가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약점이다. 특히 자금 중 일부를 아파트 구입비(약 2억원)와 총선출마 여론조사 비용(1억6,000만원)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참여정부 내내 어떤 공직도 맡지 못했지만 오히려 ‘친노’ 색깔은 뚜렷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안 지사의 ‘담금질’ 출판기념회 축하 동영상에서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고생만 시켰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②NL 주사파에서 합리적 진보로 변신
안 지사의 이름 ‘희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희’ 두 글자를 뒤집어서 지어졌다. 하지만 막상 성장 과정은 남대전 고등학교 입학 반년 만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제적당하는 등 이름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재입학한 서울 성남고에서도 3개월 만에 자퇴를 한 뒤 검정고시를 통해 고려대 철학과 83학번으로 입학했다. 대학 재학 중에도 지하서클 사건으로 남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거나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투옥되는 등 학생운동을 이어나갔다.
학생운동 경력과 달리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선과정에서는 개혁과제를 합의한다는 전제로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대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혀 ‘합리적 진보’로서의 노선을 분명히 알렸다.
안 지사의 ‘통합’ 가치는 민주당 내 반문(反文) 진영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13명으로 구성된 의원 멘토단의 단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탄핵 후 새로운 리더십은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안 지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도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충남도는 도의원 대부분이 한국당인데 안 지사가 안정적으로 도정을 이끌고 있는 것만 봐도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합리적 진보’로의 변신이 표를 의식한 겉치레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은 안 지사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③가보지 않은 길, 충청 대망론
‘충청 대망론’은 대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용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월12일 귀국하며 대선 행보를 시작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충청대망론에 대한 기대는 반 전 총장과 안 지사 두 사람이 양분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급격하게 안 지사에게 기대가 쏠리고 있다.
안 지사 측 역시 1차 관문인 민주당 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충청의 힘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강점인 충청 지역 표심을 밑바닥까지 샅샅이 끌어모아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이 경선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0~11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4,280명(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경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대전·충청 지역은 안 지사를 꼽은 비율이 45.4%에 달했다. 문 전 대표는 34.6%로 안 지사의 지지율보다 뒤처진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