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이후] 헌재 "기업재산권·경영자유 침해"...뇌물 아닌 강요죄 무게 가능성

[탄핵 결정문으로 본 검찰 수사 향방은]
"문건유출·최씨 사익추구 직간접 도움 위법" 판단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재판 결정적 근거로 작용
세월호 7시간은 소추 사유서 제외돼 영향 없을듯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사라짐에 따라 검찰의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앞에 검찰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검찰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특별수사본부 2기를 앞세운 본격 수사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헌재가 내린 결론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헌재 결정은 법원 판례와 마찬가지로 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검찰도 헌재 결정문을 꼼꼼히 분석하는 모습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수본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넘긴 자료 분석을 마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특수본은 수사에 앞서 박 전 대통령과 롯데·CJ·SK 등 대기업 수사를 각각 형사8부·특별수사1부에 맡겼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첨단범죄수사2부에서 전담한다. 각 부서는 현재 특검 자료 외에 헌재 결정문을 상세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최종 결정이 검찰 수사 향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사 방향을 잡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각 혐의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 대해서는 탄핵 사유로 꼽지 않거나 판단을 다소 유보하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대표적인 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다. 헌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최서원(최순실)의 이권 개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껴 사실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강요라는 부분을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재계를 비롯한 법조계 일각에서는 뇌물이 아닌 강요죄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기업들을 강요죄의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일 뿐 형사법 위반까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헌재가 결정문에서 밝힌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는 대목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률 위배행위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재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소추 사유에서 제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구조에 참여해야 할 구체적 행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성실한 직책 수행 여부 자체는 탄핵심판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판단을 하지 않은 만큼 검찰의 수사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뇌물이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판단을 두고 검찰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재산권·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거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헌재의 판단이 형사법 위반까지 판단해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문건 유출이나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사익 추구를 직간접적으로 도운 게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앞으로 진행할 재판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결정이 수사 방향 설정에는 변수로 작용하지만 최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재판에는 결정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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