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 시장논리 위에 포퓰리즘...국회 개혁 없인 경제회복 공염불](https://newsimg.sedaily.com/2017/03/12/1ODCCNQXHD_3.jpg)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1분 1초를 다투는 경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정치의 눈치를 보면서 경영전략을 짜거나 경제의 발목을 잡는 법안을 막기 위한 로비도 해야 한다. 오죽하면 모 기업의 대표는 “때로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정말 한국인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했을까. 기업을 정치 놀음에서 배제해달라는 얘기다.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대기업=옥죄야 하는 집단’이라는 프레임만 쫓다 보니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국회가 경제논리 위에서 노는 사례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산분리 유지 주장이다. 이에 KT가 주도한 인터넷은행 ‘K뱅크’는 이달 중 문을 열자마자 ‘개점휴업’ 신세가 될 판이다. 초기자본금 2,500억원이 시스템 구축 등으로 바닥났기 때문이다. KT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의 4%(의결권 기준)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는 조항(은산분리)에 따라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에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주식을 34~50%까지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높아 떠돌고 있다. 지난달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대출을 금지하는 전제를 달자고 제안했지만 막무가내로 안 된다고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논란이 된 상법개정도 마찬가지. ‘1주 1의결권’ 원칙을 무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5개 법안 통과를 추진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경제부처 전직 장관까지 나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만류한 끝에 불발됐지만 이번달 임시국회에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다수 대선주자가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도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전 세계가 저성장에 신음하는 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섰지만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세수가 부족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오히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더욱 축소시킬 빌미만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마저 영등포 타임스퀘어 같은 복합쇼핑몰의 월 2회 휴업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고 민간기업이 매년 정원의 3~5% 규모로 청년들을 채용해야 한다는 ‘청년의무고용제’도 논의하고 있다.
국회는 복지공약을 남발하며 국가 재정에 먹구름도 몰고 오고 있다. 국민의당이 최근 발표한 ‘효도 5법’이 대표적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중 75세 이상에게 ‘장수수당’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아 지원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디에 얼마가 필요하고 돈은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이 국고에서 지원한다고만 명시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대선 국면이 다가오며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재원조달 계획도 생략한 채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나라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경제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법안도 국회는 외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자 지역별로 특화 산업을 지정(전남-드론, 대구-자율주행차 등)하고 해당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프리존특별법, 경제 성숙화에 따라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도 키우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개혁특별법, 노동개혁 5법 등은 발의된 지 수백일째 국회에서 먼지만 쌓이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들은 민심으로부터도 멀어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4점 만점에 1.7점으로 조사 대상 17개 기관 중 꼴찌였다. 1위는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으로 각각 2.5점이었다. 강인수 원장도 “국회에서 법 통과 없이는 어떤 경제정책도 쓸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국회가 이전과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회의 변화를 촉구했다./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