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심판을 받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개인사무실에서 만난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비판의 칼날을 여의도로 돌렸다. 그는 지난 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고 평가를 받는 서강학파 1세대의 마지막 주자다.
그의 ‘운동장론’은 명료했다. 정치가 기업이 유인(incentive)에 따라 열심히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면 심판(정부)이 그 안에서 정확히 반칙을 가려내고 군중은 게임을 질서 있게 지켜봐야 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제·시장이라는 것은 정치가 판을 깔아주면 기업이 그 운동장에서 뛰어야 돌아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정치가 만들어준 운동장도, 심판도 엉망이다. 군중도 경기장 속으로 촛불 들고, 태극기 들고 뛰어들어온다. 이런 판에서 운동선수가 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임박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 등 외부 악재가 거세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을 옭아매는 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기업마저 운동장에서 뛰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는 고꾸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우리 경제의 잘못된 궤도를 올바르게 수정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은 과거는 과거로 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특히 ‘새 정치’가 기업이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다시 까는 게 앞으로 우리 경제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