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출범 1년…가입자 떠나는데 반등 불씨 없다

세수감소 우려 반쪽짜리 ISA 출범
250만 기점으로 이탈 확대…위기
'시즌2' 준비중이지만 혜택 부족
지금부터 서둘러도 내년에나 가능

지난해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소식을 들은 직장인 박 모씨는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이라는 설명에 혹해 우선 500만원을 투자했다. 마침 금리 5%대의 3개월 만기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을 판매하는 증권사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정작 찾아간 증권사 영업점에선 박 씨를 만류했다. “혜택이 크지 않아 지인들에게도 추천하지 않는 상품이고, 차라리 비과세 해외펀드를 가입하라”는 이야기였다. 증권사 직원보다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선전을 믿은 박 씨는 ISA 가입을 택했지만 결국 올해 초 해지해버렸다. 증권사 측의 꾸준한 설득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도 기대 이하의 수익률과 각종 제한 때문이었다.

국민재산관리 통장으로 불렸던 ISA가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출범 1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일임형 ISA의 전체 가입자수는 지난해 11월 250만5,863명을 기점으로 줄기 시작했다. 가장 최신 수치(1월 말 기준)로는 236만명대로 ISA 출범 3개월째인 지난해 6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은행권은 지난해 12월 말에서 1월 말 사이 ISA 가입자가 2만3,000명 이상 빠져나갔다. ISA 출범 초기 판매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만들어졌던 ‘깡통 계좌’가 해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수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와중에 전체 가입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1월 말 기준 일임형 ISA의 전체 가입금액은 3조5,024억원이며 계좌당 가입금액은 148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말 88만원, 11월 말 138만원에 이어 꾸준히 느는 추세다. 여전히 ‘서민 재산 증식’이라는 ISA의 출범 취지에 기대를 건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불씨를 살리려면 ‘ISA 시즌2’ 도입이 시급하지만 지금부터 서둘러도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ISA 제도개선안이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개정안에는 소득 없는 60세 이상에 대한 가입 자격 부여, 현 200만원 수준에서 400만원까지 세제혜택 확대, 중도인출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 역시 영국·일본판 ISA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영국·일본은 근로 소득이 없는 성인이나 미성년자, 주부·노인 등도 제한 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비과세 한도와 인출 제한은 아예 없다. 덕분에 2014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첫해에만 약 830만명이 가입, 계좌당 가입금액이 한화 기준 350만원에 달하는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세수감소를 지나치게 우려해 반쪽자리 ISA를 출범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ISA 도입으로 5년 간 1조6,000억원(가입금액 26조원 기준)을 추정했지만 현재로선 가입자가 기대보다 훨씬 적어 실제 세수 감소도 소폭일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재산 증식의 기회가 없다면 결국 미래의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눈앞의 이익 때문에 후세에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부진한 수익률도 끌어올리는 것은 업계의 몫이다. 일임형 ISA의 출시 이후 누적 평균 수익률은 2.08%로 예금 금리와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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