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봄날, 청춘의 보금자리-전라북도 서울장학숙 72시간’ 편이 전파를 탔다.
1992년 개관 이후 26년째 수도권에 진학한 전북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는 <전라북도 서울장학숙>.
월 15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세끼 숙식까지 제공하는 이곳은 전라북도 내 총 14개 시군에서 선발된 370명의 학생들이 모여 생활 중이다
하지만 경쟁률만도 평균 4대 1, 좀처럼 입사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선 ‘행운의 로또’라 불릴 만큼 인기가 많다.
2017년 3월 새 봄, 새 학기 새봄, <전라북도 서울장학숙>에 둥지를 튼 새내기들은 누구일까?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전라북도 스무 살들의 좌충우돌 상경기를 담았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보내는 게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방값에 식비, 등록금 등 그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 그런데 <전라북도 서울장학숙>에 오게 돼서 로또 맞은 기분이에요”
-최성순(57)
가족의 품을 떠나 상경한 133명의 신입생들이 공식 입사일을 맞아 새로운 보금자리에 하나 둘 짐을 푼다.
홀로 서울살이를 시작해야 하는 아이... 고이고이 기른 자녀를 낯선 타지에 두고 오는 부모 심정은 그야말로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것 같다.
해마다 이맘 때면 눈물로 석별의 정을 나누는 부모 자식 간의 애틋한 풍경이 펼쳐진다.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제는 성인이니까 간섭하지 말고 더 넓은 세상으로 보냈으니 아이 걱정은 잊어야 한다고.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가 않네요. 마음은요.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고 부모는 그냥 죽을 때까지 부모고. 이제야 우리 부모님들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도 같네요”
-서삼석(49)
정든 전주를 떠나 첫 서울살이를 시작한 17학번 새내기 한준기 학생.
복잡한 서울지리도, 처음 보는 룸메이트와의 생활도, 모든 풍경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 준기 군은 상경 첫날부터 향수병에 걸렸다.
고향 집안의 곳곳을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려 하는데 새로운 시작을 위해 또 다른 만남과 이별을 해야 하는 지방출신 학생들의 홀로서기.
준기 군의 서울살이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거실에서 쓰던 쿠션인데 집이 그리울까봐 침대에서 안고 자려고 가져왔어요. 집 사진도 많이 찍어왔구요”
-한준기(20)
특히 전라북도엔 지하철이 없다보니 ‘지하철 환승법’을 익히는 것이 숙제다. 몇몇 새내기들은 등교 전 인근 거리를 돌아다니며 길 찾기 연습도 해보지만
그러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부지기수다. 스무 살, 새내기들 눈에 비친 서울 땅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 오면 별이 하나도 안보일 줄 알았어요. 또 우리 사는 데는 이런 번화가가 있어도 규모가 작아요. 저희 눈에는 서울이 무지 커 보여요”
-김이삭, 박지산(20)
3월 2일 목요일 아침, 드디어 대학생활의 첫 하루가 시작되는 날!
어머니에게 배운 화장 솜씨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단장을 하는 새내기 서채민 양은 눈썹 하나 그리는 일도 손에 익지 않고 서툴기만 하다.
그래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마냥 즐겁기만 하다.
대학생이 되면 미팅과 여행을 가장 해보고 싶다는 채민 양. 스무 살 봄날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있다.
“힘들면 보통 하루가 길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시작이고 새로운 친구들과도 만나고 대학 와서 하고 싶은 공부 할 수 있으니 즐거워서 저에게는 오늘 하루가 짧을 것 같아요”
-서채민(20)
올해로 만 스무 살이 된 2학년 강한이 학생. 어릴 적부터 꾸어 온 그녀의 꿈은 다름 아닌 패션 모델이다.
그녀는 좁은 기숙사 방에서 매일 같이 운동을 하며 개인연습을 한다.
모델 아카데미를 다니기 위해 지난 겨울 동안 시간을 쪼개어 수제 버거집에서 서빙을 하며 돈을 모았다.
일하랴, 공부하랴, 모델 준비 하랴 하루 24시간이 바쁘지만 꿈을 현실로 끌어올리기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도전한다.
후회 없는 하루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스무 살의 도전을 응원한다.
“자서전을 읽다 보면 고난 같은 부분이 나오잖아요. 그 고난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성공이 빛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50년 후에 자서전 만들 걸 생각하면서 제 인생을 그리고 있어요”
-강한이(20)
“20대가 가장 젊고 활기가 있고 무엇이든지 도전 할 수 있는 나이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쌓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내 갈 길이 보이고 더 나아가서 장년층이 돼서도 그 베이스를 가지고 좀 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거 같아요”
-김이삭(20)
[사진=KBS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