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도 너무하는 사드보복...中, '한국경유' 여행상품까지 판매금지

지난 8일 오후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평소 행락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지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발길이 부쩍 줄어들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에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를 지시한데 이어 한국을 경유하는 상품도 팔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측 보복조치가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중국 내 사드 반대와 관련한 움직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반한(反韓), 롯데 불매, 사드 반대를 위한 대중 집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나섰으며 일부 대학은 시위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안시 당국은 한국을 경유하는 상품도 판매를 금지할 것을 최근 관내 여행사에 통보했다. 이 같은 지침이 중국 전역으로 현실화하고 한국을 거쳐 일본·대만 등지로 향하는 여행상품 판매가 전면 금지될 경우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한국에 방문할 수 있는 길은 원천 차단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안시(市) 정부인지는 정확히 확인이 안 되지만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한국 경유 상품에 대한 판매를 금지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밝혔다.


시안뿐 아니라 베이징 역시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자국 여행사에 오는 15일부터 한국과 관련된 단체·개별 여행상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은 한국 관광상품의 판매금지뿐 아니라 저가 한국 상품 등 불합리한 여행상품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했으며 적발되거나 신고가 들어온 여행사에 대해서는 영업허가증을 박탈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 박람회 개최와 한국 단체상품에 대한 광고도 금지했다. 다만 모객과 예약은 불가능하지만 한국 개별 여행과 관련된 광고에 대해서는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15일부터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 조치가 본격화하지만 지역별로 제재방안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문건을 통해 지침을 전달하지 않고 지역별로 자국 내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구두’로 한국관광 금지 조치와 관련한 지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일괄적인 ‘보복 쓰나미’가 예상된 것과 달리 지역 간 온도차가 있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중관계가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보이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새 정권이 출범하게 되면 한중관계 개선이 한층 희망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국 여행업계 역시 한국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중국 여행협회에서도 한국관광 상품을 판매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중국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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