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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 한미FTA가 오는 15일로 체결된 지 5주년을 맞습니다.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한미FTA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는 등 한미FTA는 체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5년이 지난 지금 우려와 달리 한미FTA는 한국과 미국 양국에 적지 않은 성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됩니다. 오늘 투데이포커스에서는 5주년을 맞은 한미FTA 성과에 대해 금융증권부 정하니기자와 알아봅니다.
[앵커]
한미FTA 협상 당시 우리나라에서 반대시위에 물대포가 등장할 정도로 체결까지 진통이 있었는데 지난 5년간을 보면 무역 측면에서 양국 모두에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미FTA는 체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지난 5년간의 성적표를 보니 우려와 달리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간 상품 무역의 관세 철폐 등에 관한 규정을 담은 협정인데요. 2006년 처음 협상을 시작한 지 5년 9개월 만인 2012년 3월 15일 0시에 발효됐습니다.
한미FTA는 양국에 모두 적지 않은 성과를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지난 5년간 세계 경제 침체로 전반적인 교역량이 줄었지만 한미 간 교역은 오히려 1.7% 증가했습니다. 양국 간 교역이 늘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2.6%에서 3.2%로 올랐고 미국은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8.5%에서 10.6%로 올랐습니다.
FTA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 품목도 3,500여개에서 지난해 4,100여개로 확대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상품무역에서, 미국은 서비스무역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우리나라의 상품수지 흑자는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3억달러로 확대됐고 미국은 서비스수지 흑자가 2011년 109억달러에서 2015년엔 141억달러로 늘었습니다.
특히 승용차는 한미FTA 발효의 최고 수혜 품목으로 거론되는데요.
우리나라의 대미 승용차 수출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2.4% 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산과 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사라져 앞으로 대미 수출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산 자동차 수입 역시 한미FTA 발효 후 연평균 37.1% 늘었는데요. 그 효과로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이 2011년 11.1%에서 지난해 20.1%로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 밖에 우리나라의 자동차부품 수출은 FTA 발효 직후 2.5%의 관세가 곧바로 철폐되며 지난 5년간 연평균 6.1%씩 증가세를 보였고 전기전자 수출도 연평균 5.6%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한미FTA 체결 당시 가장 우려했던 것이 미국산 농축수산물의 공습이었죠. FTA가 체결되면 우리 농업이 설 곳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는데 이 부분은 어떤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농축수산물이 대거 밀려와 우리 농업이 황폐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살펴보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지난 5년간 오히려 줄었습니다. 체결 전인 2011년 75억5,090만달러에서 지난해 68억5,200만달러로 연평균 1.9% 감소한 건데요. 특히 밀, 옥수수와 같은 곡류의 수입액이 연평균 12.6% 줄어 감소폭이 컸고 반면 체리, 오렌지 등 과일과 와인 수입액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체리나 오렌지 같은 미국산 과일 때문에 국내 과수 농가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앵커]
당시 광우병 논란 등으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역시 한미FTA의 뜨거운 감자였는데요. FTA가 발효된 지 5년만에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시장 1위를 넘보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5만6,000톤으로 전년보다 46.5%나 급증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인데요. 그만큼 수입량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미국 내 광우병이 확인되면서 수입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이후 미국은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다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것을 요구했고 협상 끝에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한해 수입 재개가 결정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한미FTA 타결을 위해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 추진했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대규모 반정부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날개를 달면서 미국산의 수입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2.6%까지 높아졌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미국산이 호주산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에 따라 한우 농가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48.2%였던 쇠고기 자급률은 지난해 13년만에 처음으로 37.7%까지 하락했는데요. 즉 한우 소비는 감소한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소고기를 찾는 수요가 늘었습니다.
[앵커]
FTA 체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컸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면서요. 얼마 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FTA로 인해서 미국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는데 재협상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한미FTA에 대해 ‘재앙’이다 라는 노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출범 이후 북미자유무역협정인 NAFTA에 대한 재협상 방침을 공식화했고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탈퇴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아직 FTA 재협상 방침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미FTA 이후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미국이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는데요.
우리나라의 대 미국 무역수지는 발효 전인 2011년 116억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233억달러 흑자로 개선됐지만 미국은 같은 기간 대 한국 무역 적자가 132억달러에서 276억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트럼프 정부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한미FTA가 양국 모두에 이점을 안겼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 상무부 월버 로스 장관과 면담을 통해 한미FTA가 아직 발효한 지 5년밖에 안 된 비교적 최신의 협정인 만큼 앞으로 충실한 이행을 통해 확대,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하니기자 honey.j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