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의 미국,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정책이라는 일념으로 기업의 기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단연 기업이므로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투자 확대→고용 증가→소득 증가→소비 확대’ 등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쪽은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한국(22%)과 역전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법인세가 인하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상장기업의 내년 순익이 4~5%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파격적인 규제 철폐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의 규제를 도입하면 두 개를 없앤다는 이른바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지난해 실업률은 4.9%로 2007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2.3%로 지난해 10월보다 0.1%포인트 올렸을 뿐 아니라 내년은 2.5%로 0.4%포인트나 올려잡았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4년간 일본 경제도 실업률이 20여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성공적인 모습이다. 아베 총리는 2015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5%에서 23.9%로 낮췄고 내년에는 23.2%로 추가 인하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 지원을 위해 지역별 특화산업을 지정해 규제를 푸는 ‘국가전략특구법’을 시행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도 완화해 빅데이터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업들이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다 보니 고용도 늘어 지난해 일본 실업률은 3.1%를 기록, 1994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5.2%로 한국(9.8%)의 절반에 불과했다. 물론 청년인구 감소 영향이 있었지만 경제 활성화에 의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공공 부문 일자리는 규모도 작고 결국 세금으로 만들어져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며 “결국 민간 기업이 고용을 해야 지속 가능하고 성장이 이뤄지며 과실이 가계로 흘러가는 등 선순환이 구축된다. 미국과 일본도 이를 고려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기준으로 공공 부문은 취업 시장의 약 3.8%만 담당(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공공·국방·사회보장 행정)하고 있다. 96.2%의 일자리가 민간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의 움직임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배 부원장은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려면 투자여건, 사업할 여건을 개선해줘야 하는데 새로운 분야는 물론이고 기존 분야에서까지 각종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렇다면 신산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라도 줘야 하지만 이를 기업에 대한 특혜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어서 미국·일본 등에 크게 못 미친다”고 우려했다.
이에 기업들은 점점 움츠러들고 있다. 대기업(고용원 300인 이상) 취업자는 올해 1월 현재 241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6,000명 줄었다. 2010년 9월(6만명 감소) 이후 6년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중견기업 취업자 증감 폭도 16만7,000명에 그쳐 2013년 2월(9만9,000명)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만 늘어나는 실정이다. 전체 자영업자는 547만6,000명으로 16만9,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2012년 7월(19만6,000명) 이후 4년6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기업이 고용을 늘려야 취업자도 늘고 지속 가능한 복지를 구현할 수 있다”며 “새로운 정부는 기업들로부터 고용이 안 되고 투자를 못 하는 이유를 제로 베이스에서 듣고 고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핵심을 건드리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